미혼모 편견 날린 ‘무자식 상팔자’ 나도 팬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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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여성가족부 장관 접견실에서 김금래 장관(오른쪽)을 만난 배우 엄지원씨. 이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 여성가족부]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때론 현실을 바꾸기도 한다. 그것이 문화가 가진 힘이다.

 최근 JTBC 주말특별기획 ‘무자식 상팔자(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에서 미혼모 역할을 맡은 배우 엄지원(35·안소영 역)씨가 5일 관련 정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김금래(60) 장관을 만났다. 김 장관이 최근 SNS로 ‘무자식 상팔자’ 시청 소감을 올리고, 엄씨를 초청하며 마련된 자리다.

 “가족과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꿋꿋이 살고 있는 소영씨의 모습이 미혼모의 현실을 공감하게 합니다.”(김 장관)

 “사회적으로 승승장구하던 여성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란 걸 그리는 드라마입니다. 연기하면서 만감이 교차할 때가 많았어요.”(엄지원)

 드라마에서 소영은 판사다. 헤어진 애인의 아기를 낳으려 판사직도 그만둔다. 김수현 작가의 ‘명품’ 대사와 엄씨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공감케하는 배경이다.

 “좋아서 즐거워서가 아니라 차마 뱃속아이 죽이는 짓 할 수 없어서 미혼모란 말야. 마음 약하고 착해서 미혼모 되는 거야. 미혼모 아닌 여자들보다 몇 갑절 열심히, 죽도록 일해 아이 키워 내. 백안시 당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야.”(극 중 안소영 대사)

 드라마에서 소영이가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미혼모가 부닥치는 현실의 벽은 높다. 지난해 여성부 조사에서 ‘미혼모 가정에 편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89.4%에 달한다. 18세 이하 자녀 양육 미혼모 수는 약 3만 명으로 추정(여성정책연구원)되지만 한부모 가족 지원을 받는 가구는 2000가구에 그친다.

 김 장관은 “정부가 지원을 하고 싶어도 미혼모들이 사회적인 이목 때문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이런 드라마를 통해서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고 했다.

 엄씨는 대표적인 선행 연예인이다. ‘무자식 상팔자’ 출연 전부터 뜻이 맞는 배우들과 함께 미혼모 아이들의 돌상을 차려주는 봉사를 해왔다. 그가 이번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다. “아기를 좋아해서 영아원 봉사를 다니다가 시작한 일”이라는 그는 “미혼모와 아이가 돌잔칫날 만큼은 쓸쓸하지 않게 보내도록 가족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엄씨는 김 장관에게 부탁도 했다. “미혼모 시설에 가보면 아기를 낳고 나간 10대 미혼모들이 다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중·고교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생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강조하는 교육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똑 부러지고 당찬 모습이 극 중 소영이와 많이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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