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행전문지 '도베' 창간하는 이영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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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따라오는 건 괜찮지만 남들이 이미 벌여놓은 시장에 뛰어들어 따라가긴 싫습니다. 자본이 많지 않은 사업가로선 필연적인 전략이기도 하죠. 더군다나 잡지는 신문같은 '매스미디어' 가 아니라 '미니미디어' 라고 생각합니다. 목표대상을 보다 분명히 정하고, 그들에게 꼭 맞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죠. "

오는 20일 라이프스타일 잡지 '도베' 의 창간을 앞두고 만난 ㈜디자인하우스의 이영혜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76년 '월간 디자인' , 87년 '행복이 가득한 집' , 98년 '워킹 우먼' 에 이어 오랜만에 내놓는 새 잡지다. 비록 '워킹 우먼' 은 도중 하차하고 말았지만 각각 디자인계와 가정, 그리고 직장여성 문화를 선도한 한 걸음 앞서가는 잡지로 평가받았던 만큼, 최고급 여행전문지를 표방한 '도베' 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80년대 중반에 나온 '행복이 가득한 집' 이 사회의 중심을 가정과 여성에 두고 '행복한 가정' 의 대명사가 되고자 했다면, '도베' 는 '아름답고 행복한 개인주의자들' 이라는 모토에서 알 수 있듯이 '유쾌한 개인' 을 추구하는 잡지가 될 겁니다. "

'도베' 란 '어디, 어디로' 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이탈리아의 최고급 여행지의 라이센스 형식이면서 스타일 섹션을 보강한 것이다. 특히 여행에 초점을 둔 것은 요즘 젊은층은 돈보다는 여가를 중시하는 추세고, 특히 주 5일 근무제가 시작되면 여행에 대한 정보욕구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분단 후 섬나라 사람처럼 속이 좁아지고 있는 것 같아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고 했다. 그래서 "정말 오랫동안 준비해온" 잡지가 '도베' 라는 것이다.

'도베' 는 무엇보다 운용 방식이 독특하다. 금융.호텔.쇼핑 등 각 분야별로 고급 브랜드와 '컨소시엄' 을 구성함으로써 마케팅의 부담도 덜고 독자에겐 그 브랜드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창간호에 참여할 기업들은 굿모닝증권.시티은행.클럽메드.파라다이스호텔.AK면세점.서울옥션 등. 즉 각각의 기업들은 자사 VIP고객에게 '도베' 를 무료로 제공하는 한편, VIP 고객들의 혜택을 '도베' 의 다른 회원들과 공유하고 또 다른 기업들과 공동마케팅도 펼친다는 전략이다.

전국 1백개 서점을 통해서만 유통될 잡지를 구입하는 소수의 일반회원들도 물론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제 정말 제대로 즐기는 상류문화를 보여줄 때라고 봅니다. 그래서 고정독자도 목표를 최고 5만명으로 잡았어요. 다행히 브랜드 컨소시엄을 통해 목표는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월간 디자인' 의 편집기자로 출발, 경영난을 겪던 회사를 인수해 지금에 이른 이영혜 대표.

문화.여성.어린이.어학 분야의 단행본도 만들고 있는 디자인하우스는 국내 출판사로서는 처음으로 지난해말 이탈리아와 독일 미디어그룹들이 해외투자를 위해 설립한 BRIH와 합작해 새로운 조인트 벤처회사로 변신했다. 그의 21세기 첫 도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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