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석철주씨 개인절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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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산수화에서 출발해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에 주력해 온 한국화가 석철주(51.추계예술대 교수) 씨의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아트스페이스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26일까지) .

향초.붓꽃.둥글레꽃.호롱박 등을 담은 '생활일기' 연작 20여점은 달빛을 받은 꽃 그림자가 창호지 위에 흐릿하게 비친 듯한 독특한 터치를 보여준다. 1999년 박영덕 화랑 개인전에서 첫선을 보인 새로운 화풍이다.

그의 작업방식은 독특하다. 한지를 배접한 캔버스 위에 검은색.흰색.노란색 등의 바탕색을 칠하고 그 위에 흰색이나 검은색을 덧입힌 뒤 물감이 마르기 전에 맹물을 적신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다시 넓적한 붓으로 여러 번 문질러 독특한 '스밈과 번짐' 의 효과를 낸다.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으면서도 한지가 지니는 발묵의 효과와 함께 깊고 은은한 맛이 우러나오는 것은 이같은 독특한 기법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의 표현을 빌리면 "장이나 김치처럼 한번 담가 두면 겉으로는 아무 움직임이 없어도 속으로 발효하고 삭아 깊은 맛을 내는 '삭힘의 미학' " 이다.

석씨는 "물감이 마르기 전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일필휘지로 붓을 휘두를 수밖에 없지요. 붓질이나 필선의 강약, 작업을 진행하는 속도 등에 따라 매번 조금씩 다른 작품이 나오게 됩니다" 면서 "조선시대 분청사기나 백자의 은은한 미감을 표현해보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된 작업" 이라고 말했다.

16세에 청전 이상범의 문하에 들어가 전통 산수화 수업으로 붓을 잡은 석씨는 채색화.인물화 등의 수업을 거친 뒤 탈춤.옹기.규방 사물 연작을 발표해오다 99년부터 꽃과 나무 등 자연물로 관심을 옮겨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 '이것이 내 것' 이라고 단정하기보다 끊임없이 내 세계를 찾아가는 작업을 계속하는 중" 이라고 말했다.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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