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노사 마라톤 협상…LA·롱비치항 '나흘째 스톱'

미주중앙

입력

파업 나흘째를 맞은 30일 롱비치항구에서 트럭들이 하역작업 재개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AP]

'텅 비었다. 항만노조 파업으로 LA와 롱비치 항구 터미널이 한산하다. 주말과 월말이 겹친 데다 연말을 앞두고 엄청난 물동량으로 가장 바삐 움직여야 할 시기에 정적만 감돌고 있다.'

서부해안지역 항만노조(ILWU) 산하 사무직노조(OCU)의 파업이 11월30일로 나흘째를 넘기면서 '물류대란'의 우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항만노조 파업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물류관련 업자들은 근심이 더욱 크다. 한인물류협회 최한종 회장은 "아우성들이다. 일부 컨테이너에는 냉동식품이 실린 것도 있는 데 파업이 길어지면 그 손해를 다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한진과 현대해운 등 글로벌 선사들은 컨테이너 하역과 선적 작업이 이뤄지지 못해 배를 세워둔 상태고 짐을 찾지 못한 화물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부두 노동자는 물론이고 세관브로커 부두 트럭커들도 일손을 놓고 사태를 관망할 뿐이다. 파업 중인 항구의 사무직 노조원들이 컨테이너 서류작업을 해야 나머지 일들도 순차적으로 돌아갈 수 있건만 일선에서부터 올스톱이 된 상황이다.

파업을 주동하고 있는 ILWU 63지구 사무노조대표와 항만고용주협회는 전날(29일) 오후부터 이날 늦게까지 마라톤 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간 끌어 온 단체협상의 쟁점은 '비노조원 고용'. 노조에서는 비노조원을 고용함으로써 노조원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만고용주협회에서는 "단 한 개의 OCU 일자리도 해외 등으로 유출한 바 없다"며 "시간당 평균 임금도 42~43달러 수준으로 충분히 제시했다"고 맞서고 있다.

파업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치와 경제계 지도자들까지 나서서 노사간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남미국가를 순방 중인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시장도 전날 브라질에서 전화로 노사와 연쇄접촉했다.

원할하지 못한 물류이동 때문에 소매체인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소매연합(NRF)은 백악관에 편지를 보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NRF의 매튜 셰이 의장은 "LA와 롱비치항은 전국에서 가장 큰 항구로 이번 파업이 장기화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LA와 롱비치항은 전세계에서 7번째로 선박 물동량이 많은 항구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로부터 오는 물류의 40%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LA항 파업으로 이미 7개 이상의 선사들이 배를 다른 쪽으로 우회시키고 있으며 당장 납기가 급한 아시아 쪽 수출업자들은 항공 운송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항공운송의 경우은 선박 운임에 비해 10배 이상 비싼 데다 그나마도 적재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LA항은 지난 2002년에도 열흘간 파업이 지속된 적이 있다. NRF에서는 당시 파업으로 인해 망가진 서플라이 체인 복구에 6개월 이상 걸렸고 하루 파업만으로 약 1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문호 기자 moon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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