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안저 검사만으로 전신·눈 질환 상당부분 예측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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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교수
김안과망막병원

눈은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눈은 마음뿐 아니라 건강도 비춰볼 수 있는 건강의 창이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눈 흰자가 시뻘겋게 충혈됐다면 체력이 많이 소모돼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서 육안으로 말초혈관을 바로 관찰할 수 있는 부위가 바로 눈 속 안저다. 이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전신질환의 진행 정도를 안저 관찰로 알아낼 수 있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민건강검진율이나 암검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온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몸의 건강신호를 알려주는 눈에 대해선 관심이 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65세 이상에서 시력 장애 유병률은 4%에 이른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는 평생 약을 복용하면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지만 눈은 한번 노화가 시작되면 약으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과 국민 모두 눈 건강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건강검진프로그램에 안저검사를 넣는 것이다. 기본적인 안저검사만으로 많은 안과 질환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안과 질환이 소리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뒤늦게 발견되면 실명의 위기까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검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안저검사는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눈 질환의 상당 부분을 진단할 수 있어 40세 이상의 중장년층은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과도한 흡연이나 음주를 피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 있다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적당한 운동과 함께 오색과일·녹황색 야채·오메가3와 지방산 등이 많이 함유돼 있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같은 음식을 잘 챙겨먹지 못하거나 이미 많은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 황반변성 등 진행성 안과 질환으로 진단된 환자는 눈 전용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몸의 건강과 더불어 눈 질환의 진행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력을 잃으면 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그로 인해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평소 눈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면 개인은 물론 국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물을 바라보며 음미하는 행복만큼 더 큰 행복이 있을까. 보는 것에 대한 소중함 외에 우리 몸의 건강신호를 알려주는 ‘눈’을 조금 더 관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자.

김안과망막병원 김종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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