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에 점을 찍으니 사람이 되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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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顧菴) 이응노(李應魯. 1904-89) .동양화가로 시작해 문자추상이라는 독특한 경지를 개척했으나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프랑스로 출국,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풍운아.

그는 지난 1월 월간 'Art in Culture' 주최로 평론가와 큐레이터 21명이 선정한 '베스트작가 10' 에서 박생광과 공동1위를 했을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다.

서울 평창동 이응노 미술관에서 오는 15일 시작되는 '60년대 이응노 추상화' 전은 구상에서 벗어나 추상의 세계를 탐구한 전환기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62~67년 파리에서 그린 62점을 3차(9월15일~10월14일, 10월16일~11월15일, 11월17일~12월15일) 로 나누어 20점 안팎씩 전시한다. 모두 국내 미공개작이다.

당시 고암은 서양미술의 본고장에서 한지와 수묵이라는 동양화 매체를 사용해 스스로 '서예적 추상' 이라고 이름붙인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했다. 서화일치 사상과 전통 서예기법의 현대적 재해석을 추구했던 작품들은 한지 위로 은은히 배어나오는 색채, 필선의 자유분방한 역동성이 돋보인다.

이미지는 고대 상형문자를 연상시키지만 한편으로는 풍경이나 동물, 사람으로 읽히기도 한다. 자연과 인간의 움직임을 흔적으로 기록한 일종의 문자로도 볼 수 있는 서예추상은은 70년대 문자추상과 80년대의 군상 연작으로 발전해나갔다.

고암의 미망인 박인경 관장은 "전시작은 고암이 60년대에 콜라주와 병행해 만든 그림들" 이라면서 "그는 생전에 '풍경에 점을 찍으니 사람이 되더라' 라고 말하면서 자연과 사람이 일체가 되는 추상화를 그렸다" 고 회고했다.

입장료 2천원. 02-3217-5672.
(http://www.ungnolee-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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