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국 개발 2단 로켓서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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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나로호 발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2단 로켓 내 추력방향제어기(TVC·Thurust Vector Control)다. 2단 로켓의 핵심 부품이다. 조광래 나로호 발사 추진단장은 “TVC에 과도한 전류가 흐른 것이 발사 취소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달 3차 발사 첫 시도 때 발목을 잡았던 1단 로켓은 러시아가 제작했지만, 2단 로켓은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TVC에 과도한 전류가 흘렀다면 주변 부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부분도 점검하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의 TVC는 프랑스산으로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유압 펌프다. TVC는 나로호 발사 직전에는 구동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과전류가 흐른 것이다. 왜 이상 전류가 흘렀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승조 원장은 “문제가 발생해 전원을 내리고 시험했으나 여전히 문제가 계속됐다”며 “연료를 전부 빼내고 다시 발사체 조립동으로 나로호를 옮겨 점검해봐야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로호의 연료를 넣고 빼는 것은 5회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여유는 있는 상황이다. 김 원장은 “국제기구에 통보한 이번 발사 시한(12월 5일) 안에 재시도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박사는 “합선이 되거나 내부 전기 회로에 문제가 발생하면 과도한 전류가 흐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원인 분석이 나오면 TVC 부품 교체는 불가피하다. 나로호 공동 개발 업체인 러시아 후르니체프우주센터 알렉산드르 보브레뇨프 공보실장도 “2단 로켓의 부품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에는 예비 부품이 2개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 추진단장은 “이 부품을 교체하려면 1단과 2단 로켓을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나로호 발사 준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점검 과정에서 고장 부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 발사 자체가 내년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6일 발사 때 문제가 됐던 ‘어댑터 블록’ 부품 교체에만 한 달 넘게 걸렸다. 이번에는 날씨가 추워지고, 발사가능 시간대도 짧아지고 있어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발사체 발사 연기는 종종 있는 일이다. 미국은 2009년 7월 15일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를 여섯 차례나 연기한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의 아리안 5의 발사체도 2006년 3월 11일 3회, 인도는 2001년 3월 28일 발사 카운트 다운 중 이륙 1초 전에 발사를 중지했다. 나로호 1차 발사 때는 3번, 2차 발사 때는 한 번 연기했다. 발사를 한두 달 미룬다고 발사체 안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52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나로호의 마지막 발사조차 차질을 빚자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자는 “나로호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와 사업 감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 2차 실패 때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연구개발을 총책임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승조 원장 등 지휘계통에 있는 보직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TVC(추력방향제어기)=2단 로켓의 고체 연료가 타면서 추력을 내뿜는 꽁무니의 나팔형 노즐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유압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부품. 위성을 제 궤도에 올리기 위해 2단 로켓의 전체 방향을 조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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