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바람이여, 다시 한번…

중앙일보

입력

이것을 사극이라고 불러야 할까. 역사적 실존 인물은 등장하지 않지만 시대적 배경은 분명 조선 시대다. 그리고 중국.일본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시전과 난전 상인들의 갈등이 이야기의 줄기를 이룬다.

SBS가 내년 1월 방영할 24부작 드라마 '대망' 에 관한 정보다.

'대망' 은 1995년에 우리 사회에 신드롬을 낳으면서 SBS의 위상을 '서울방송' 에서 '전국방송' 으로 격상시킨 '모래시계' 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드는 드라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연출 김종학PD, 극본 송지나 작가, 카메라 서득원 감독이 10월 중순 제작에 들어간다.

김PD는 "이제까지 우리 사극은 믿고 따를만한 영웅보다는 정쟁의 화신 등 부정적인 인물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며 "홍길동과 같은 이상적인 인물을 만들어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을 드라마적 상상력으로 그려낸다는 뜻을 지닌 '사극(史劇) ' 의 사전적 정의를 따르자면 '대망' 을 사극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조선왕조가 배경이지만 등장하는 왕은 '승조' 로 허구의 인물이다. 충북 제천에 50억원을 들여 만든 세트장을 둘러봐도 2층집이 있는 등 역사적 고증 보다는 드라마적 상상력에 크게 기울어 있다.

김PD는 "사극의 옷을 입힌 영웅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며 "2년 전 기획에 들어갈 때 현대극으로 하려다 송지나 작가가 사극으로 원대한 이야기를 그려보자고 해 사극으로 바꿨다" 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성격이 크게 다른 두 아들이 18세기 조선 시대 상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갈등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상권이란 상술 차원을 넘어서 국가 경영에 관한 문제까지 포함한다. 또 김종학.송지나 콤비 특유의 멜로적 경향이 두 명의 여인과 두 형제의 사랑을 통해 부각된다.

특히 김PD는 무협 부분을 강조하며 "영화 '와호장룡' 의 TV판" 이라고 덧붙였다. 피아노줄 등으로 연기자를 묶어 액션 장면을 촬영하는 기법인 와이어 액션이 자주 등장하게 된다.

현재 남녀 주인공으로는 장혁.전지현과 정준호.이은주 등 영화계의 톱스타들이 구두 계약을 마친 상태다.

출연진이나 제작진의 면면을 보면 이미 영화가 영상물의 중심에 선 현실에서 TV드라마의 중흥을 이루려는 야심이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대망' 이란 제목도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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