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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시뮬라크르 #2. 서쪽 하늘의 삼각편대 (2)
세영은 마우스를 던지듯 놓고 벌떡 일어섰다. 거칠게 방문을 열고 나와 곧장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 안의 보리차를 병째 들고 들이켰다.또 버그였다. 한 번 멈춘 화면이 어떤 식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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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여백 채우는 줄리엣 비노슈의 아우라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원제 L’attesa, 1월 28일 개봉, 피에로 메시나 감독)은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에 비통해 하던 안나(줄리엣 비노슈)가 파리에서 찾아온 아들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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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숨이 멎는 정적
칼 라이스터와 베르메르 사중주단의 브람스 클라리넷 오중주.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음반을 낸 정경화 선생 기사를 읽다가 눈길이 머문 대목이 있다.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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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하드고어한 오후 한 시 #11. 집에 가기 싫어 (3)
그가 내 많은 짐 중 하나를 빼앗았다. 성큼성큼 어떤 건물로 들어서더니 서슴없이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아저씨, 나 취했어요. 더 못 마신다고요.” 엘리베이터는 우리를 싣고 높이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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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작가전] 알 수도 있는 사람 #9. 음험한 달 (1)
잠은 달았다. 적막하고 한없이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배처럼 잠 속엔 부드러운 햇살만 가득했다. 바람도 물결도 꿈도 없었다. 용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물속에 서서히 가라앉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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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도리를 찾아서’ 애니메이터 오수형
다음달 7일 국내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앤드류 스탠튼 감독)는 2003년 빅히트한 ‘니모를 찾아서’의 후속격이다. 북미에선 지난 17일 개봉해 2주 연속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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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나르샤' 첫방, 구슬이 서말인데 꿰지 못했다
애청자가 되어야 할 명확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던 첫방이었다.기대작으로 손꼽히던 SBS 새 월화극 ‘육룡이 나르샤’가 산만하면서도 밋밋한 전개로 아쉬움을 남겼다.5일 오후 방송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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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김훈 '강(江)의 노래'
압록강을 지나는 북한의 낡은 목선. 뒤로 신압록강대교가 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반도에서 서해로 유입되는 강물은 연간 1200억t이다. 나는 숫자를 옮겨 적을 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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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김훈 '강(江)의 노래'
압록강을 지나는 북한의 낡은 목선. 뒤로 신압록강대교가 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반도에서 서해로 유입되는 강물은 연간 1200억t이다. 나는 숫자를 옮겨 적을 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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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김훈 '강(江)의 노래'
단둥에서 70년이 흘러도 왜 싸우는가 … 압록강 단교는 묻고 있었다 압록강을 지나는 북한의 낡은 목선. 뒤로 신압록강대교가 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반도에서 서해로 유입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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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향한 대화를 원한다면 키스하라!
[월간중앙] 정여울, 그림을 읽다 / 키스, 닿을 수 없는 존재와의 만남 입을 맞추는 행위는 모든 사랑의 표현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숭고하다. 작별의 순간에 연인은 키스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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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별 기고] 소설가 김훈
지난해 12월 30일 평소 자전거를 타곤 하는 경기도 파주 공릉천을 찾은 소설가 김훈.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나는 본래 어둡고 오활하여, 폐구(閉口)로 겨우 일신을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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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따뜻한 로봇, 우리가 만들었죠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원제 Big Hero 6, 2015년 1월 22일 개봉, 돈 홀·크리스 윌리엄스 감독)는 11월 초 미국 개봉에서 첫 주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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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에 끼어든 뚱보 고양이…"유쾌하다옹!"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들라크루아의 ‘군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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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당선작 전문] 청년 영매(靈媒)의 '소설되기'와 그 너머: 김사과론
청년 영매(靈媒)의 ‘소설되기’와 그 너머: 김사과론 -김유석 지난 10여 년 간 한국 청년은 살 만하지 않았다. 수많은 청년 담론이 나왔고 많은 해석과 규정들이 이제 슬슬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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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나의 동경 나의 위안] 너무 일찍 침묵에 빠진 김영욱 바이올린
아직 20대였던 1974년에 녹음한 김영욱의 멘델스존 협주곡 음반. 정경화가 장작불이라면 김영욱은 숯불이다. 최정동 기자 피아노에 비해 바이올린 연주자의 연주 수명은 적어도 십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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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맞서라, 현대라는 이름의 획일성에 …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이반 일리치 지음 권 루시안 옮김 느린걸음, 399쪽 2만8000원 열한 살에 유대인 박해의 참상을 겪으며 ‘나는 결코 아이를 낳지 않으리라’ 결심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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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건강함 느낀 기회였다” …
오멸“제주 4·3사건 이야기를 미국 본토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나에겐 미국이 얼마나 건강한지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영화 ‘지슬’을 선댄스에 소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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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tory] 인간 이병철 “신이 있다면 자신의 존재 왜 드러내지 않나”
잠자던 질문이 눈을 떴다. 무려 24년 만이다. 삼성의 창업주 고(故) 이병철(1910~87) 회장이 타계하기 한 달 전에 천주교 신부에게 내밀었던 종교적 물음이 언론에 처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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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시원한 최백호의 바다, 차분하고 조용한 정태춘의 바다
제주도 민요 ‘이어도사나’에는 “우리 어멍(어머니) 날 낳을 적에 어느 바당(바다) 미역국 먹엉(먹었을까)”이라는 구절이 있다. 높고도 거칠게 부르는 이 한 구절이 목을 울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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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해금 연주자 꽃별 5집 앨범 ‘숲의 시간’
해금 연주자 꽃별은 해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서양 악기로 기타를 꼽았다. “기타가 손가락으로 찍어 놓은 점을 해금이 선으로 잇기 때문에 조화로운 소리가 난다”고 했다.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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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요리조리 쿡쿡, 꼬마들의 맛있는 방학
앞치마와 머릿수건까지 두른 꼬마 요리사들이 초코컵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요리는 아이들에게 놀이이자 공부다. 만지고 자르고 냄새 맡고 맛보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흥미를 자극하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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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심연의 도도한 울림-김애란의‘생성의 존재론’ (손경민)
1. ‘거대한 관대’의 도시, 그 심연의 음악 문학이 단순히 표면적인 세계의 질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심연에 숨겨져 있는 보다 낯설고 광대하고 풍요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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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 당선작
심연의 도도한 울림 - 김애란의‘생성의 존재론’(전문) - 손경민 - 1. ‘거대한 관대’의 도시, 그 심연의 음악 문학이 단순히 표면적인 세계의 질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