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나르샤' 첫방, 구슬이 서말인데 꿰지 못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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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청자가 되어야 할 명확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던 첫방이었다.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SBS 새 월화극 ‘육룡이 나르샤’가 산만하면서도 밋밋한 전개로 아쉬움을 남겼다.

5일 오후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원나라와의 수교를 단절하고 전쟁을 막기위해 개경으로 입성한 이성계(천호진)와 그 세력을 경계하는 이인겸(최종원)과의 날선 신경전이 그려졌다. 이 가운데 이방원(유아인·아역 남다름)과 정도전(김명민), 정몽주(정몽주) 등 극의 중심축이 될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앞으로 펼쳐질 갈등의 단초가 제공됐다.

'첫방'에 대한 관대함 마저 없었다면 더욱 처참한 혹평이 나올 법했다. 실존인물과 가상인물, 그리고 일부 인물의 아역들이 산발적으로 등장한 점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부담감을 안겼다. 이름을 포함한 각 인물의 캐릭터와 특징에 대한 숙지가 난해한 수학문제처럼 느껴질만 했다.

특히 주조연급 배우들의 친절하지 못한 나열은 그들이 향후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어 각 인물에 대한 효율적인 몰입의 분배를 방해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방원을 호위하는 조영규(민성욱)나 이성계 곁의 이지란(박해수), 도당 3인방 중 하나인 백윤(김하균)등의 대사와 몸짓에 어느 정도의 주목을 할애 해둬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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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에 포함된 극적 허구의 비율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탓에 극의 전체적인 색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었던 점도 뼈 아팠다. 그래서 ‘육룡이 나르샤’는 상상력을 다분히 동원한 퓨전 사극처럼 느껴졌다가도, 정몽주와 사대부의 대화등에서는 건조한 정통 사극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혼동은 그 두 가지 느낌이 충돌했을 경우 더 극명했다. 지극히 현대적인 말투를 가진 길태미와 근엄한 이성계의 대화에서는 퓨전과 정통의 부딪히는 듯한 어색함을 만들어냈다.

'어디까지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이러한 '2질감' 때문에 모유를 먹인 돼지라는 독특한 소재와 그로인한 혼란도 크게 와닿지 않았고, 이방원이 줄기차게 사용하던 특이한 사투리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더불어 이인겸에게 약점을 잡힌 이성계의 심정과 어머니를 잃은 분이의 슬픔까지는 충분한 공감을 보내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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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리에 실패하며 애매한 스타를 보였지만 5일 방송은 여전히 50부작 중 1회에 불과하다. ‘육룡이 나르샤’가 2회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해 줄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고려를 끝장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 조선의 여섯 인물의 이야기로 그들의 화끈한 성공스토리를 그린다. 매주 월·화요일 오후 10시 방송. 박현택 기자 ssal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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