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시가 있는 아침] 송찬호 '임방울'

    삶이 어찌 이다지 소용돌이치며 도도히 흘러갈 수 있단 말인가 그 소용돌이치는 여울 앞에서 나는 백 년 잉어를 기다리고 있네 어느 시절이건 시절을 앞세워 명창은 반드시 나타나는 법

    중앙일보

    2001.02.01 00:00

  • [시가 있는 아침] 도종환 '초겨울'

    올해도 갈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에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중앙일보

    2001.01.31 00:00

  • [시가 있는 아침] 천양희 '직소포에 들다'

    폭포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 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로구나. 관음산 정

    중앙일보

    2001.01.30 00:00

  • [시가 있는 아침] 파불로 네루다 '시'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

    중앙일보

    2001.01.29 00:00

  • [시가 있는 아침] 김관식 '병상록'

    기침이 난다. 머리맡을 뒤져도 물 한 모금 없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등잔에 불을 붙인다. 방 하나 가득 찬 철모르는 어린것들. 제멋대로 그저 아무렇게나 가로세로 드러누워 고단한

    중앙일보

    2001.01.27 00:00

  • [시가 있는 아침] 신경림 '갈대'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

    중앙일보

    2001.01.26 00:00

  • [시가 있는 아침] 황동규 '조그만 사랑노래'

    어제는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

    중앙일보

    2001.01.23 00:00

  • [시가 있는 아침] 나희덕 '천장호에서'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

    중앙일보

    2001.01.22 00:00

  • [시가 있는 아침] 남진우 '저녁빛'

    붉은 저녁해 창가에 머물며 내게 이제 긴밤이 찾아온다 하네…. 붉은 빛으로 내 초라한 방안의 책과 옷가지 비추며 기나 긴 하루의 노역이 끝났다 하네… 놀던 아이들 다 돌아간 다음의

    중앙일보

    2001.01.20 00:00

  • [시가 있는 아침] 김다희 '섬진강'

    강가에 갔다 우리 반 애들과 갔다 선생님도 갔다 선생님이 큰돌을 던져서 물이 튀어 오르고 무지개가 나타났다 서창우도 그렇게 해 보았다 김다솔도 그렇게 해 보았다 박창희도 그렇게 해

    중앙일보

    2001.01.19 00:00

  • [시가 있는 아침] 고은 '눈물'

    아 그렇게도 눈물 나리라 한 줄기의 냇가를 들여다 보면 나와 거슬러 오르는 잔 고기떼도 만나고 그저 뜨는 마름풀 잎새도 만나리라 내 늙으면 어느 냇가에서 지난날도 다시 거슬러 오르

    중앙일보

    2001.01.19 00:00

  • [시가 있는 아침] 김수영 '책'

    책을 한권 가지고 있었지요. 까만 표지에 손바닥만한 작은 책이지요. 첫장을 넘기면 눈이 내리곤 했지요. 바람도 잠 든 숲 속, 잠 든 현사시나무들 투명한 물관만 깨어 있었지요. 가

    중앙일보

    2001.01.18 00:00

  • [시가 있는 아침] 고재종 '날랜사랑'

    얼음 풀린 냇가 세찬 여울물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떼 보아라 산란기 맞아 얼마나 좋으면 혼인 색으로 몸단장까지 하고서 좀더 맑고 푸른 상류로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 오르는 저 날씬한

    중앙일보

    2001.01.17 00:00

  • [시가 있는 아침] 이시영 '서시'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

    중앙일보

    2001.01.16 00:00

  • [시가 있는 아침] 정호승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

    중앙일보

    2001.01.15 00:00

  • [시가 있는 아침] 박형진 '입춘단상'

    바람 잔 날 무료히 양지쪽에 앉아서 한 방울 두 방울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녹아 내리는 추녀 물을 세어 본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천원짜리 한 장 없이 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 흘러

    중앙일보

    2001.01.13 00:00

  • [시가 있는 아침] 서동수 '사랑'

    나는 어머니가 좋다 왜 그냐면 그냥 좋다. - 서동수 '사랑' 그렇다. 그냥 좋은 것이 사랑이다. 그 어떤 것이 좋아서 사랑이 이뤄졌다면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리라. 어떤 것이

    중앙일보

    2001.01.12 00:00

  • [시가 있는 아침] 장석남 '그믐'

    나를 만나면 자주 젖은 눈이 되곤 하던 네 새벽녘 댓돌 앞에 밤새 마당을 굴리고 있는 가랑잎 소리로써 머물러보다가 말갛게 사라지는 그믐달처럼 - 장석남 (37) '그믐' 보름달이

    중앙일보

    2001.01.11 00:00

  • [시가 있는 아침] 정채봉 '엄마'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히 끊어지는데 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 정채

    중앙일보

    2001.01.10 00:00

  • [시가 있는 아침] 유하 '無의 페달을 밟으며'

    두개의 은륜이 굴러간다 엔진도 기름도 없이 오직 두 다리 힘만으로 은륜의 중심은 텅 비어 있다 그 텅 빔이 바퀴 살과 페달을 존재하게 하고 비로소 쓸모 있게 한다 텅 빔의 에너지가

    중앙일보

    2001.01.09 00:00

  • [시가 있는 아침] 이용악의 '꽃가루 속에'

    배추밭 이랑을 노오란 배추꽃 이랑을 숨가쁘게 마구 웃으며 달리는 것은 어디서 네가 나직이 나를 부르기 때문에 배추꽃 속에 살며시 흩어놓은 꽃가루 속에 나두야 숨어서 너를 부르고 싶

    중앙일보

    2001.01.08 00:00

  • [꾸러기 책동네] '호랑이 뱃속에서 고래잡기'

    "할머니, 옛날 얘기." "그려, 우리 이쁜 강아지." 엉덩이를 토닥이며 손녀를 아랫목에 눕혀주시던 외할머니. 겨울 방학 때면 시골 외갓집 안방에 그렇게 누워 외할머니가 들려주는

    중앙일보

    2001.01.06 10:16

  • [시가 있는 아침] 서정주의 '봄'

    복사꽃 피고, 뱀이 눈뜨고, 초록 제비 묻혀 오는 하늬바람 위에 혼령 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돌아… 아무 병도 없으면서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서정주(1

    중앙일보

    2001.01.06 00:00

  • [꾸러기 책동네] '호랑이 뱃속에서 고래잡기'

    "할머니, 옛날 얘기. " "그려, 우리 이쁜 강아지. " 엉덩이를 토닥이며 손녀를 아랫목에 눕혀주시던 외할머니. 겨울 방학 때면 시골 외갓집 안방에 그렇게 누워 외할머니가 들려

    중앙일보

    2001.01.0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