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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돌로 탑을 쌓고 길을 만든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11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날씨가 훌쩍 추워졌습니다. 월동 준비는 잘하고들 계신지요. S매거진 마지막호를 맞아 그동안 연재를 통해 지면을 빛내준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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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소소한 일상에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저자를 만났다. 짙은 턱수염과 두꺼운 눈썹의 캐리커처에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 이사라는 직함까지 버무려져 수다스런 아저씨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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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탄신일에
충남 아산 현충사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유물 원본이 결국 오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DDP에서 열리고 있는 ‘훈민정음·난중일기: 다시, 바라보다’(4월 13일~10월 12일)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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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의 것 복수
━ 허무 시리즈 예전에 유행하던 우스운 이야기 중에 ‘허무 시리즈’라는 게 있었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우습긴 한데 어딘지 허무하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허무 우스개 중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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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은 수첩
수첩을 잃어버렸다. 울산하늘공원에서 생긴 일이다. 아버지는 화장한 다음 유골을 산하에 뿌리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우리는 그 뜻을 따르지 않았다. 그리울 때 찾아가 울 장소가 필요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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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겨우, 간신히, 가까스로 아무 절차 없이 죽은 자를 땅에 묻을 수도 있다. 그냥 소각장에 던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다. 태어날 때와 달리 죽을 때는 그 형식과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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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낮이 자동조절 말씀
대화나는 말을 잘 못 한다. 만일 퇴근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동료를 만났다고 하자. 그는 회사에 입사한 지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은 신입이다. 그날따라 엘리베이터 안에는 신입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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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 행복어사전] 나에서 우리로 환대
아내는 부각을 좋아한다. 부각은 김, 다시마, 고추, 깻잎 등에 찹쌀 풀을 발라 말렸다가 기름에 튀긴 것을 말한다. 나는 아내 때문에 부각이라는 반찬을 알았다. 하도 아내가 맛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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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친구 지병
오늘은 제 친구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냥 친구라고 하면 아마 그들이 섭섭해 할 것 같네요. 그러니까 이 두 친구는 요즘 말로 하자면 저의 ‘절친’이고 ‘베프’죠. 대개 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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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받는 선물
[청문회] 식사 자리가 청문회로 바뀔 때가 있다. 가령 며칠 전 저녁식사 중에 아내가 내게 질문 하나를 던졌을 때처럼. 당신 이번 크리스마스에 나한테 선물 줄 거지? 전혀 예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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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요 데이트
나는 꿈을 꾸었다. 원래 꿈을 꾸지 않거나 꾸었다 해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거의 매일 밤 꿈을 꾼다. 그러니까 이것은 모두 꿈이다. 대통령은 제4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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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마음 불빛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잠을 깼다. 일어나 오줌을 누고 손을 씻고 부엌에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 보니 거실에 불이 켜져 있다. 한밤중인 것 같은데. 건너편 아파트에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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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끊게 만드는 지음
1.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백아절현’은 자신을 알아주는 진실한 벗, 지음의 죽음을 슬퍼하는 고사성어입니다. 2. 대머리 아저씨와는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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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말해주세요 거절
최 대리는 내가 회사에 들어오고 불과 일주일 만에 퇴사했다. 최 대리가 퇴사한 것이 나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입사한 것이 최 대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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닦어주고 싶다, 훌쩍이다
1. 나는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코를 닦았다. 그것은 이상한 행동이었다. 나는 코가 나오지 않았다. 코가 나올 것처럼 아까부터 계속 훌쩍이고 있는 사람은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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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록에서 온 남자 뮤즈
1. 아내는 나의 뮤즈다. 2. 뮤즈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다. “뮤즈는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명의 딸들로 시와 연극, 춤과 노래에 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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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 된 오늘 추억
원래 이 글은 벚꽃이 활짝 핀 봄에 쓰려고 했다. 늦어도 초여름에는 썼어야 했는데 끝없이 최고온도의 더위를 갱신하는 더위, 폭염의 한여름을 통과하며 쓰고 있으니 철없는, 철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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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응원 바람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던 것일까. 한동안 연락이 없던 안다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득아, 혹시 일본드라마 ‘중쇄를 찍자’ 봤어? 처음에 나는 형의 발음 때문에 중세시대와 관련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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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도 들어도 이야기
이제는 겨우 입술을 적시는 정도로 마시지만 나도 한때는 제법 술을 마셨어. 그 무렵 자주 가던 선술집에 고양이가 있었는데 이름이 ‘약이’였어. 대개 고양이는 몸무게가 2킬로그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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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섭고, 저는 죄송하고…’골목’
저는 원래 골목을 좋아합니다. ‘군자대로행’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밝고 떳떳하기는 역시 큰길이 낫겠지만, 그곳에는 차도 사람도 많아 복잡하고 시끄럽지요. 골목은 어둡고 후미지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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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틈
마모나쿠 지금도 가끔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마모나쿠 니방센니 덴샤가 마이리마스. 아브나이데스카라 기이로이센마데 오사가리구다사이.” 일본에 있을 때 가장 자주 들었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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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의 행운, 두근두근
또 안다 형 스무 살 무렵, 나는 모든 것을 안다는 동네 지식인 안다 형을 따라 낚시하러 간 적이 있다. 낚시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나를 옆에서 책이나 읽으라며 형이 데려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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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락된 청혼
김 이사는 동료들과 함께 점심으로 누들박스에서 타이칠리를 먹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반대로 잘하지 못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김 이사는 매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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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대되는 심쿵 인터뷰
5월1일자 1면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과 20대 당선자 173명 중 138명이 “개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기사가 장식했다. 시의적절했고 내용이 충실해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