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전새벽 작가

[전새벽의 시집 읽기] 현역 때는 틈틈이 이런저런 책을 통해 필요한 정보들을 얻었다. 인터넷 사용법부터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은퇴 후에는 조금 다르다. 비트코인과 인공지능보다는 내 마음을 채워줄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하다. 어쩌면 시 읽기가 그것을 도와줄지도 모른다. 중장년층에 필요할 만한, 혹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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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오래] 시, 그것은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일

    [더오래] 시, 그것은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일

    연재 중단을 선언하고, 숱한 문학작품을 오독하게 한 것에 대해 독자들에게 사과문을 띄우고, 다시 삶과 예술에 대한 공부를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해변의 낙서에 ‘그래피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일 때, 일상은 예술이 된다. 정양 시인이나 정재찬 교수 같은 사람들의 말들을 짜깁기해서 2년 동안 가까스로

    2020.03.06 15:00

  • 육두문자 쓰는 직장 선배의 대나무 복조리에 담긴 뜻

    육두문자 쓰는 직장 선배의 대나무 복조리에 담긴 뜻

    혹시 그것은, 무언가를 막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응원, 혹은 어떤 경의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의 설렘이 아니라, 그 설렘을 지켜보는 사람의 감격에 대해 그는 쓰고 있다. 유아가 늘 뭔가를 시작하는 존재라고 한다면, 그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매일 보고 있는 셈이다.

    2020.02.21 15:00

  • 아마존에서 대박 난 호미 만든 ‘호미 장인’의 비결은

    아마존에서 대박 난 호미 만든 ‘호미 장인’의 비결은

    글로벌 ‘불티상품’인 이 호미는 경북 영주대장간의 호미 장인 석노기 씨의 작품이다. 작은 농기구 하나에서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재발견하는 사람, 그는 1958년 전북 부안군 변산면 모항에서 태어난 시인 박형진이다. 『농사짓는 시인 박형진의 연장 부리던 이야기』는 농부시인 박형진이 10년 동안 모은 자료를 가지고 쓴

    2020.02.07 15:00

  • 어른만 시 쓰나요, 무릎 치게 만드는 이 시를 보세요

    어른만 시 쓰나요, 무릎 치게 만드는 이 시를 보세요

    아무튼 이 어린이시집이란 늘 읽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인데, 이번에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시를 몇 편 만났으므로 소개해보기로 한다. 첫 번째 작품은 동홍초등학교 6학년 최진욱 학생의 글인데 작품의 수준이 기성 시인들의 그것 못지않다. 신지민 시인의 그 작품, 사실은 사람의 인생에 대한 얘기를 한 것

    2020.01.24 15:00

  • 누군가의 품이 그리울 때 읽으면 아늑해지는 시

    누군가의 품이 그리울 때 읽으면 아늑해지는 시

    그렇게 함께 따뜻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깔깔 웃다가 보면 나쁜 일은 잊혔거나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아늑의 위치는 사람의 가슴께라는 구체적인 설정이 가미되는 순간, 이것은 단순히 엉뚱한 상상에서 거대한 온기를 가진 위로로 변신한다. 덕분에 그의 시를 읽는 독자들, 누

    2020.01.10 15:00

  • 무엇을 위해 시인은 오늘도 머리를 쥐어뜯는가

    무엇을 위해 시인은 오늘도 머리를 쥐어뜯는가

    기쁨이 되었던 말이 있고 아픔이 되었던 말이 있다. "두말할 것 없이 모든 시에는 산문의, 다시 말하면 성공의, 어떤 형식이 있다. 그리고 거꾸로, 가장 무미건조한 산문도 항상 약간의 시, 다시 말하면 좌절의 어떤 형식을 감추고 있다. 어떤 산문 작가도(가장 명석한 산문 작가도), 그가 말하려는 것을 완전히 말하지는

    2019.12.27 15:00

  • 가끔은 목적 없는 시간도 즐겨보자, 하재연의 시처럼

    가끔은 목적 없는 시간도 즐겨보자, 하재연의 시처럼

    밖에서는 똑같이 ‘목적 있는 삶’이란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서, 서점이라도 별다른 목적 없이 오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는 건 아닐까. ‘목적 있는 삶’이라는, 우리를 짓누르는 강박을 해체하고, 실제 우리 삶을 이루고 있는 단편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진짜 삶의 본질을 목격하고 싶다는, 시인의

    2019.12.13 15:00

  • 유용주, 그 시인은 나를 방으로 데려간다

    유용주, 그 시인은 나를 방으로 데려간다

    신철규(1980~)는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 엎드려 울 수 밖에 없다"라고 쓴다(「눈물의 중력」). 박준(1983~)은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 우리에게도 있었다"라고 쓴다(「마음 한철」). 주인공인 ‘형수’가 비빔밥 전문점을 차렸다.

    2019.11.29 15:00

  •  “너무 애쓰지 말아요” 밑바닥 시인이 건네는 짠한 위로

    “너무 애쓰지 말아요” 밑바닥 시인이 건네는 짠한 위로

    만능형 인간에게 권해주고 싶은 시인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여타 주정뱅이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으니, 계속해서 시와 소설을 쓴다는 것이었다. 만일 독자 여러분께서 언젠가 ‘최고의 괴짜들’란 주제로 지인들과 대화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 찰스 부코스키라는 이름과 다음과 같은 그의 시 한 편 정도는

    2019.11.15 15:00

  • 산다는 것, 한 발 떨어져 보면 눈물나게 아름다운…

    산다는 것, 한 발 떨어져 보면 눈물나게 아름다운…

    품에 안고 누리는 것보다, 한 발자국 떨어져 그리워할 때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겨울밤에 눈 내리는 풍경 보며 이런 얘기를 했던 시인이 있다. 품에 안고 누리는 것보다, 한 발짝 떨어져 그리워하기로 했는지도 모른다.

    2019.11.01 15:00

  • '햇빛은 유리창을 잃고…' AI가 쓴 이 시는 예술일까?

    '햇빛은 유리창을 잃고…' AI가 쓴 이 시는 예술일까?

    그동안 너무 ‘모호한,’ ‘유럽인 중심의,’ ‘남성 중심의,’ ‘실험적인,’ ‘별로인’ 작가를 선정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노벨 문학상은 이로써 새로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장동민의 그림에 높은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에 미적인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장동민이라는 개인에게 미술과 관련된 아름다운 드

    2019.10.18 15:00

  • 장마처럼 흠뻑 젖은 나를  벌떡 일어나게 하는 그 장면

    장마처럼 흠뻑 젖은 나를 벌떡 일어나게 하는 그 장면

    지금 가장 가까운 곳의 책을 집어 52페이지를 펼친 뒤 다섯 번째 문장을 베껴 포스팅할 것, 단 책의 제목은 밝히지 말 것. ‘장마처럼 젖은 생’이라는 반전이 알게 해준다. 장마처럼 젖은 생일지라도, 구정물의 수력발전소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일지라도.

    2019.10.04 15:00

  • 에미넴에겐 있고 '쇼미8'엔 없는 것

    에미넴에겐 있고 '쇼미8'엔 없는 것

    매카트니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큰 의미를 지닌 밴드의 멤버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가 1조원 이상의 재산을 축적했다는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역시 1조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인물은 그래미상에 77번 후보로 올랐고 무려 22번이나 수상했으며 1억만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 치운 음반산

    2019.09.20 15:00

  •  루시드폴이 단숨에 빠져든 시인 마종기는 누구?

    루시드폴이 단숨에 빠져든 시인 마종기는 누구?

    ‘루시드 폴의 노래는 오디오 없이 가사만 읽고 있어도 좋아요’라는 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일 것이다. 8집 가수 루시드 폴의 노래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곡 중 하나다. ‘가난한 그대’하고 화자가 청자를 직설적으로 부르는 순간, 그가 고른 ‘가난한’이라는 형용사에 비난이나 젠체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사실을

    2019.09.06 15:00

  • 시래기 삶는 냄새에도 눈물 흘렸던 시인…그가 궁금하다

    시래기 삶는 냄새에도 눈물 흘렸던 시인…그가 궁금하다

    이 좋은 노래 만든 사람 누구야, 이렇게 멋진 소설 쓴 사람 누구야, 이 시를 세상에 남긴 사람 대체 누구야 하고 묻게 되는 것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위의 시를 읽고 '박용래 이 사람 누구야'라고 며칠을 묻고 다녔으니, 와중에 고 이문구 소설가께서 쓰신 「박용래 약전」이 있다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돈

    2019.08.23 15:00

  • 반려견 폭행이 체벌이라고? '사랑의 매' 때리는 자의 논리

    반려견 폭행이 체벌이라고? '사랑의 매' 때리는 자의 논리

    그는 방송에서 반려견을 학대하고 폭행했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아온 사람이다. 그녀는 저서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 2017)』을 통해 소위 ‘사랑의 매’라는 것은 때리는 사람의 논리이지, 맞는 사람의 논리가 아니라며 체벌이란 이름의 폭력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에 사과한 유튜버는 반려견 소유포

    2019.08.09 15:00

  • 영혼까지 달래준다는 '엄마 밥'… 그건 굴레가 아닐까

    영혼까지 달래준다는 '엄마 밥'… 그건 굴레가 아닐까

    그동안 너무 엄마에게 밥이라는 굴레를 씌워온 게 아닐까? 엄마는, 집에 갈 때마다 맛있는 밥 해준다고 애쓰는 엄마는, 사실은 요리하기 싫은 게 아닐까? "여성의 시 언어는 남성의 시 언어와 다르다. 여성의 언어는 이제까지 밖에서 주어졌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반동으로부터 터져나온다(『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문

    2019.07.26 15:00

  • 허리가 아프니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는 어머니

    허리가 아프니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는 어머니

    2019년 가이 리치 감독의 손을 통해 재탄생한 실사판을 말하는 거라면, 애석하게도 보지 못했다. 그 작품의 어떤 면을 특히 좋아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전부 다'라는 다소 성의 없어 보이는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어 민망한데, 이 답변은 적어도 거짓은 아니다. 실은 모두가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2019.07.12 15:00

  • 강요하지 않고 홀린다, 신형철의 남다른 문학 추천법

    강요하지 않고 홀린다, 신형철의 남다른 문학 추천법

    비록 시 쓰기 재능은 형편없지만 그녀는 시를 정말 마음 깊이 사랑한다. 대체 어느 정도로 굉장한 문학가이길래 평론가가 설명을 포기했을까? 이장욱이 누구길래? 이런 의문이 들었다면 독자는 이미 신형철의 수작에 걸려든 것이다. 어느 작가의 어느 책이 좋다는 수준의 추천이 아니고, 우리네 인생이란 대저 어떤 지점을

    2019.06.28 15:00

  • 낮은 곳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기생충'에도 보이나요?

    낮은 곳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기생충'에도 보이나요?

    영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을 듣고 역대 수상작 목록을 검색해 보니 본 영화가 많이 없어 아쉽다. 제목을 보며 어떤 영화였더라 하고 떠올려 보니, 흥미롭게도 '기생충'을 비롯한 최근 황금종려상 수상작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는 사랑을 향해 동행할 수도 있었는데 늙은 저녁 서로의 외롭고 긴 외출

    2019.06.14 15:00

  • 회식자리서 1시간씩 떠드는 부장님, 그건 수다폭력이에요

    회식자리서 1시간씩 떠드는 부장님, 그건 수다폭력이에요

    1시간씩 쉬지 않고 떠드는 부장님이 있는가 하면, 부장님 가시면 그 정신 이어받아 자기 차례 시작하는 차장님도 있다. 30분간 말없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 스트레스의 크기는 말벌에 쏘였을 때의 스트레스와 비슷하다거나 권력형 수다폭력에 시달린 사람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사례를 알려준다거나

    2019.05.31 15:00

  • 왜 서른셋 이후에는 신곡 유행가를 듣지 않게 될까?

    왜 서른셋 이후에는 신곡 유행가를 듣지 않게 될까?

    사람은 보통 33살부터 새로운 노래를 듣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하잖아.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신곡이야"라고 하는 부류와 "박효신 좋지. 오늘, 노래방?"이라고 하는 부류였다. 오래된 야구팬이라면 동명의 야구선수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실 텐데, 서 시인도 야구 사랑이 대단한 사람이다.

    2019.05.17 15:00

  •  홍시 품어가도 반길 이 없다, 박인로의 풍수지탄

    홍시 품어가도 반길 이 없다, 박인로의 풍수지탄

    나는 점점 더 바빠져 전화 드리겠다는 다짐을 자꾸 잊고, 은퇴하신 부모님은 시간이 많아 전화를 기다리는 순간이 늘어나니 이 얼마나 야속한 타이밍인지! 즉 탁자 위의 붉은 감이 참 고와 보여 비록 유자는 아닐지언정 품속에 넣어 갔으면 좋은데, 가져가더라도 반겨줄 사람이 없으니 슬프다는 얘기이다. 원술이 어찌하여

    2019.05.03 15:01

  • 김광균은 벌써 알고 있었다, 빈 하늘 가로등의 슬픔을

    김광균은 벌써 알고 있었다, 빈 하늘 가로등의 슬픔을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도시에는 쓸쓸한 면이 있다는 걸 일찌감치 알았던 김광균, 그였다면 지금 시절을 어떻게 묘사했을까? 그가 '와사등' 대신 ‘스마트가로등’이란 시를 쓴다고 해도 혹시, 시어들은 거의 그대로 남지 않을까? 늘어선 고층빌딩들은

    2019.04.19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