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한국사, 만화로 보니 쉽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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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사관에 입각한 대중적 서술로 일반인들에게 우리 역사 공부의 재미를 일깨워 온 사학자 이이화가 40년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집필 중인 대작 『한국사 이야기』(한길사) 가 어린이용 버전으로 나왔다. 『이이화 선생님이 들려주는 만화 한국사 이야기』가 그것이다.

우리 역사 5천년의 통사를 전 24권에 풀어 낼 『한국사 이야기』는 현재 제 15권(문화군주 정조의 나라 만들기) 까지 나와 있는 상태로, 『만화 한국사 이야기』도 우선 선사시대와 삼국시대를 담은 두 권부터 선보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이화라는 믿을 만한 사학자의 탄탄한 역사관을 토대로 역사를 생활사.문화사 중심으로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용이라고 해서 흥미 위주로 사건을 과장.축소시키기 일쑤거나, 일관된 역사관 없이 잡다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해놓은 기존의 역사 만화들과는 구별되는 점이다. 가야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빵떡모자를 즐겨쓰는 이이화 선생의 캐릭터를 중간중간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호모 에렉투스' 등 보다 전문적인 용어는 그때그때 해설을 덧붙이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어, 원작의 글맛과 정보량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비교적 충실하게 살리고 있다.

제 2권에는 '삼국 왕조 계보' 를 실어 복잡한 삼국의 시대적 흐름도 한눈에 보여준다. 만화적 재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처럼 초등학생 이상 중.고생들도 쉬엄쉬엄 역사공부를 하기에 좋은 책이다.

앞으로 나올 제 3권~7권은 각각 남북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 전기.후기, 그리고 근대와 일제시대편으로 구성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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