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운용, 한국 떠나는데 … 내 펀드 어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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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내 펀드를 굴리던 회사가 없어진다고.’

 골드만삭스자산의 재간접 펀드에 돈을 투자한 이모(40)씨는 14일 이 회사가 국내 사업을 접는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부랴부랴 수익률을 확인해 봤다. 한동안 잊고 있던 펀드다. 운용사가 사라진다니 이참에 정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익률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아 그냥 두기로 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한국 시장에서 떠난다고 밝혔지만 투자자 분위기는 잠잠하다. ‘골드만삭스코리아’ 펀드의 주요 판매사인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상보다 고객 문의가 많지 않았다” 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일 기준 골드만삭스운용이 운용하는 자산은 모두 5조1635억원이다. 채권에 투자된 자산이 약 4조원에 달한다. 채권펀드는 대부분 기관투자가가 맡긴 자금이어서 무난히 청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보유한 채권 등을 팔아 투자자에게 현금을 돌려줄지, 유가증권 그대로 넘길지 투자자와 일대일로 협의해 결정하면 된다.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공모펀드는 이보다는 절차가 복잡하다. 공모 주식형 펀드가 2개, 재간접펀드가 6개 있다. 이중 ‘미국주식’ ‘글로벌하이일드’ ‘브릭스’ 등 3개의 재간접 펀드는 이달 초 골드만삭스운용이 이미 ‘임의해지’를 한다고 공시했다. 3개 펀드는 모두 설정액이 4억원에 못 미치는 작은 펀드였다. 설정된 지 1년이 지났고, 설정액이 50억원이 되지 않는 이른바 ‘자투리 펀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 동의 없이도 해지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코리아프라임퇴직연금 및 법인용’은 설정액 1780억원으로 이 회사 공모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 펀드 역시 주요 투자자가 환매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13일 이 펀드 환매를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운용사는 대량환매 청구가 들어오면 나머지 소수 투자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 이후 수익자 총회 등 절차를 밟아 펀드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면 된다. 이밖에 재간접펀드인 ‘골드만삭스글로벌리츠부동산’에 1259억원이 설정돼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공모펀드 중 일부는 해지 절차를 밟고, 일부는 자산을 이어받을 다른 운용사를 찾아 넘기는 식으로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펀드를 넘기는 경우 운용 철학이나 스타일이 비슷한 곳을 찾아야 한다. 물론 운용자가 바뀌는 것을 원치 않는 투자자는 환매 신청을 해도 된다. 개인이 투자한 펀드는 개수가 적고 규모도 크지 않아 큰 무리 없이 정리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골드만삭스운용 측은 앞으로 여러 달에 걸쳐 수익자총회 등 청산 절차에 따라 국내 사업을 정리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다른 자산운용사는 골드만삭스운용에서 나올 4조원의 기관투자가 자금에 관심이 높다. 보험사, 연·기금 등의 자금이 대부분이어서 다른 운용사를 찾을 수밖에 없는 돈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우리가 유치할 만한 자금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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