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IA국장 내연녀 “내 남자한테서 손 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불륜 스캔들에 등장인물이 늘어나고 있다. 왼쪽 사진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의 불륜 상대인 폴라 브로드웰을 협박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한 질 켈리. 오른쪽 사진은 2011년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 퍼트레이어스 당시 국제안보지원군(ISAF) 사령관(왼쪽)과 브로드웰. [AP·로이터=뉴시스]

“내 남자한테서 손 떼(stay away).” “넌 뒤로 물러나(back off).”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60)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내연녀였던 전기작가 폴라 브로드웰(40)이 또 다른 여성을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브로드웰은 퍼트레이어스가 알고 지내는 그 여성이 자신들의 관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지난 5월부터 여러 차례 협박 e-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협박 e-메일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사건 조사를 시작하는 단서가 됐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협박 e-메일들을 받고 FBI에 신고한 여성은 플로리다 탬파에 사는 질 켈리(37)로 밝혀졌다. 그의 남편 스콧 켈리가 2008년부터 탬파에서 중부군 사령관으로 근무하던 퍼트레이어스와 먼저 친분을 맺었다. 외과의사인 스콧은 정기적으로 군 부대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질은 이 지역의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와 맥딜 공군기지에서 군과 지역사회 간의 연락 업무를 맡아 왔다. 공식 지위는 없는 자원봉사자였다. 그는 11일 ABC방송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 가족은 퍼트레이어스 가족과 5년 동안 알고 지낸 좋은 친구 사이”라며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퍼트레이어스 역시 질과의 불륜 의혹을 부인했다.

 협박 e-메일이 “난 네가 무슨 짓을 한지 알고 있다” 등 가벼운 내용이어서 브로드웰의 협박 자체보다는 e-메일을 보낸 방식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FBI는 브로드웰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협박 e-메일 계정뿐 아니라 그가 평소 쓰는 계정들도 조사했다. 그러다가 퍼트레이어스와 주고받은 e-메일을 발견해 불륜 정황을 포착했다. 이어 브로드웰이 퍼트레이어스의 지메일 계정에 접속해 마치 그인 것처럼 가장해 협박 e-메일을 보낸 사실까지 확인했다. 정보국 수장의 개인 계정을 제3자가 자기 것처럼 썼다는 것에 많은 미국인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FBI는 지난달 21일 처음 브로드웰을 대면 조사하고 일주일 뒤 퍼트레이어스와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브로드웰의 개인 컴퓨터를 압수한 결과 다수의 기밀문서가 발견됐다. 그러나 양측 다 문서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FBI는 이달 2일 브로드웰을 한 차례 더 심문한 뒤 두 사람 사이의 정보 유출이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관련해 데일리비스트는 11일 브로드웰이 지난달 26일 덴버대 강연 중 “리비아 주재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은 CIA가 리비아 민병대원 몇 명을 포로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어디에도 보도된 적이 없는 내용’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적 음모론에 대한 증거도 계속 나오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이미 지난여름에 법무부 관계자가 이 소식을 접하고 컴퓨터 범죄 및 지식재산권 담당 부서가 조사를 시작했다.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에릭 캔터(버지니아)도 지난달 FBI 내부 고발자를 통해 진상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발자는 그 후 로버트 뮬러 국장에게 진상을 보고했다. 그제야 FBI 차원의 조사가 시작됐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FBI의 사전보고가 전혀 없었다. 이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라며 “주중에 의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FBI의 수사 착수 시기, 의회와 행정부에 사전 보고가 없었던 경위, 불륜으로 인한 국가안보 침해 여부 등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15일 리비아 주재 미 영사관 피습사건과 관련한 청문회를 앞두고 핵심 증인인 퍼트레이어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차단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파인스타인 위원장 등은 그를 반드시 증인석에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의 후임으로는 마이클 모렐 국장 대행이 거론되고 있다.

민경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