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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짐 토미 '홈런왕이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몇 년 동안의 월드시리즈 우승팀을 본다면 하나의 특징적인 모습이 나타난다.그것은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모두 특정지구에 소속된 팀이라는 것이다.

지난 3년 연속으로 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2년 이후 있었던 8번의 월드시리즈를 모두 동부지구의 팀들이 제패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동부지구가 아닌 팀 중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적은 1991년의 미네소타 트윈스(당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가 유일하다.

이처럼 특정 지구에 소속된 팀들이 어떤 타이틀을 독식하는 모습은 비단 월드시리즈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최근 5년 동안의 아메리칸리그 MVP는 모두 서부지구의 팀들이 가져갔고 최근 5년 동안의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역시 서부지구 팀들의 몫이었다.

특히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대한 서부지구 팀들의 독식은 지나칠 정도라고 할 만하다.

1991년 이후 지난 시즌까지 10년 동안 서부지구에서 무려 9번의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갔으며 다른 지구에서 홈런왕을 배출한 적은 1991년과 1995년의 두 번 뿐이었기 때문이다(1991년은 당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소속이던 호세 칸세코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세실 필더가 공동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역사의 이런 추세에 거부감을 표시하듯 올시즌 무서운 기세를 보이며 홈런왕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한 사나이가 있다.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짐 토미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8월 12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토미는 3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홈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한 시즌 홈런 30개는 거뜬히 쳐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춘 토미는 홈런 2위인 매니 라미레스(보스턴 레드삭스)보다 3개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하며 5년 연속으로 홈런왕을 배출한 서부지구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설사 토미가 홈런왕 자리를 라미레스에게 빼앗기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더라도 6년 연속으로 서부지구에서 홈런왕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서부지구 선수들 중에서는 33개를 기록하고 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와 32개를 쳐내고 있는 트로이 글라우스(에너하임 에인절스)가 그나마 토미의 홈런왕 도전에 있어 위협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토미와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어 당분간은 이 두 선수들이 홈런왕을 차지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클리블랜드가 타력 위주의 팀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홈런왕을 배출한 적은 거의 없었다.클리블랜드 선수로서 홈런왕에 올랐던 사나이는 1995년의 앨버트 벨이 마지막이었다.그러나 클리블랜드는 1950년대에는 알 로센,래리 도비,로키 콜라비토 등 3명의 선수들을 앞세워 5번씩이나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벨은 1960년대 이후에 홈런왕에 올랐던 유일한 클리블랜드 선수이며,최근 10년 동안의 역사에서 서부지구 팀에 소속되지 않은 선수로서 홈런왕에 오른 유일한 선수이기도 했다.

6일부터 8일까지는 3경기 연속홈런을 기록하는 등 최근 10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몰아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토미의 지금 추세로 본다면 벨이 1995년 당시 기록한 팀 최고의 기록인 50홈런 정도는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같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1997년에 기록한 40홈런이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이었던 토미는 지난 시즌보다는 확실히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이며 홈런선두를 지키고 있다.게다가 토미는 타점도 100개를 기록하며 타점왕에 대한 희망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의 타점왕 구도는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만 하다.12일 현재 토미를 포함해서 모두 5명의 선수들이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토미가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똑같이 100타점을 기록하며 타점 부문 4위이긴 하지만 1위 브렛 분(시애틀 매리너스)과의 격차가 불과 4타점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타점왕에 대한 욕심도 충분히 가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토미가 만약 홈런과 타점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다면 이는 아메리칸리그에서는 1997년 당시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이던 켄 그리피 주니어 이후 4년만에 다시 이루어지는 사건이 되며, 이 두 부문에서 타격 2관왕에 오른 클리블랜드 선수로서는 1954년에 32개의 홈런과 함께 126타점을 올린 래리 도비 이후 그가 처음이 된다.

올시즌 내셔널리그의 주인공이 배리 본즈라면 아메리칸리그의 보물은 과히 토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보름만 지나면 자신의 31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되는 토미,지금 이 순간이 그에게 있어서는 먼 훗날 기억할 만한 자신의 황금기 같은 야구 인생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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