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투표 연장, 먹튀 방지법 말싸움만 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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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여당에서 주장하는 ‘먹튀 방지법’과 야당에서 요구하는 ‘투표시간 연장법’을 둘러싼 여야 말싸움이 소모적으로 흐르고 있다. 여야가 주장하는 두 법은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다. ‘먹튀 방지법’은 후보가 사퇴할 경우 선거보조금을 회수하자는 것이다. 선거보조금은 후보 등록 직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운동에 쓰라고 지원하는 세금이다. 후보가 없어지면 당연히 회수돼야 마땅한 돈이다. 공휴일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 마감시간을 밤까지 연장하자는 ‘투표시간 연장법’ 역시 국민참정권을 확장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법들이 바람직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당리당략에 따라 돌출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먹튀 방지법’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사퇴할 경우 민주당이 받게 되는 150억원의 돈을 회수하자는 주장이다. 후보 단일화에 제동을 걸자는 정략이 담겨 있다.

 ‘투표시간 연장법’ 역시 야당의 정략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표일이 공휴일이고, 투표시간이 12시간이다. 투표일이 공휴일인 나라는 대개 투표시간이 10시간 정도다. 문제는 공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불편이다. 이들에게 참정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야당에서 대선에 임박해 갑자기 시간 연장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들 대상이 주로 야당을 지지할 것이란 이해타산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말싸움이 격화된 계기는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의 가벼운 처신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두 법을 동시에 국회에서 논의해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당내 협의도 없이 제안했다가 문재인 후보가 “수용한다”고 하자 뒤늦게 부인하느라 새누리당 전체가 허둥대고 있다. 야당은 여당 후보의 자격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런 정략적 소모전은 대선 캠페인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입법은 국회에 맡기면 된다. 여야는 국회 차원의 적극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각당 선거캠프는 정책으로 유권자를 설득하는 본연의 캠페인에 진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