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속 인물과 사건] 올림픽에서 보여준 저력 … 노벨상이라고 따내지 못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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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화학상 수상자 레프코위츠 미 듀크대(왼쪽) 교수와 그의 제자이자 연구팀원인 우리나라 안승걸 교수.

노벨 화학상 수상자 뒤에 … 한국인들의 숨은 땀 (2012년 10월 12일자 33면)

2012 노벨상 수상자들이 결정됐습니다. 올해도 우리나라는 수상자를 내지는 못했어요.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고, 중국에서도 모옌이 노벨 문학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주변 나라에서 경사 소식이 들려오니 축하하는 마음 한편으로 섭섭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노벨상은 잘 알려진 대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이 기부한 유산 3100만 크로나를 기금으로 ‘노벨 재단’을 설립한 뒤 1901년부터 매년 인류의 복지를 위해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을 말합니다. 수상 부문은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평화·경제학으로 총 6개입니다. 시상식은 노벨이 숨진 12월 10일,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거행되지요. 우리나라는 2000년 고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게 유일합니다.

 해마다 10월이면 ‘왜 우리나라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없을까’라는 성토도 높아집니다. 지금껏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과 비교하며 다양한 대안을 내놓기도 하지요. 우리나라가 눈에 보이는 성과만 중시하는 풍토라 장기적인 연구를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고, 선진국에 비해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반성도 나오고요.

 지난 12일자 기사를 보니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도운 한국인 연구자들에 대한 기사가 나왔더군요. 브라이언 코빌카(57·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와 공동 연구를 했던 한양대 나노생명공학과 채필석 교수, 로버트 레프코위츠(69·듀크대 의대) 교수의 연구팀원으로 일하는 안승걸·김지희 박사 부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들이 내린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평가는 이렇습니다. ‘집념의 과학자’ ‘열정과 집중, 기초과학을 강조하는 대학자’…. 긴 시간을 투자해 연구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있다는 게 수상자들의 공통점인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해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다 보면 언젠가는 노벨상과 같은 큰 성과도 거둘 수 있나 봅니다.

 선생님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집념과 열정, 집중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작은 나라가 올림픽 같은 세계인의 축제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는 것만 봐도 저력이 대단하다는 게 실감이 나지요. 세계인을 열광시키는 한류 문화에도 우리의 열정이 담겨 있고요.

 이런 뜨거움을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분야에 쏟기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노벨상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휩쓸 날이 오리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서 자신의 일에 뜨겁게 몰입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미래의 노벨상 후보가 아닐까요?

이민아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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