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화학상 수상자 뒤에 … 한국인들의 숨은 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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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필석 한양대 교수

G단백질결합수용체 구조
미 코빌카 교수와 공동 연구

코빌카 미 스탠퍼드대 교수와 3년간 공동 연구한 한양대 채필석 교수. [사진 한양대]

‘남이 안 한 것을 찾되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리고 끝까지 해 본다. 실험 현장을 지킨다. 제자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 한양대 나노생명공학과 채필석(38) 교수가 기억하는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 브라이언 코빌카(57·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의 연구 자세다. 채 교수는 2006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후과정 을 하며 코빌카 교수와 공동 연구를 했다. 그 3년 동안 채 교수는 코빌카 교수와 공저자로 네이처에 이번 노벨상 수상 업적과 관련된 논문 5편을 발표하고, 특허도 2개 출원했다.

 - 코빌카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

 “집념의 과학자다. G단백질결합수용체의 결정을 얻어 구조를 밝히기까지 약 3년 정도가 걸렸다. 그 정도 기간 투자해서 성과가 안 나오면 다른 테마로 바꾸기 쉬운데,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대학원생 등 연구팀과 함께 실험실을 지킨다. 제자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과학자로서 평판이 좋다.”

 - 어떻게 공동 연구를 하게 됐나.

 “G단백질결합수용체의 결정 구조를 밝히려면 우선 세포막에서 떼어낸 그 수용체가 물에 녹은 뒤 결정이 만들어지도록 기다려야 한다. 소요되는 한 달 동안 그 구조가 온전하게 보전되어야 한다. 내가 개발한 물질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위스콘신의 내 지도교수가 코빌카 교수를 연결해 줬고, 코빌카 교수에게 내가 그 물질을 대량으로 합성해 공급했다.”

 채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비 지원 규모도 많이 늘었고, 그런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다”며 “우수한 인재를 키우고 연구비를 지원하면 노벨 과학상을 받을 수준의 연구 성과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안승걸·김지희 박사 부부

듀크대 의대 레프코위츠 팀
박사과정부터 15년간 연구

레프코위츠 미 듀크대 교수(왼쪽)와 제자이자 연구팀원인 안승걸 교수. [연합뉴스]

미국 듀크대 의대 연구교수인 안승걸(44) 박사와 선임 연구원 김지희(44) 박사 부부는 10일(현지시간) 종일 축하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박사 과정 지도교수이자, 지금도 함께 연구를 하고 있는 로버트 레프코위츠(69·듀크대 의대) 교수가 올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덕이다.

 안 교수 부부는 지난 15년간 레프코위츠 교수 연구팀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남편 안 교수는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1996년 듀크대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레프코위츠 교수의 지도로 2002년 세포 수용체의 작용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레프코위츠 교수는 ‘G단백질 결합수용체의 내부작용 규명에 대한 의학적 공헌’을 평가받아 노벨상을 받았다. 안 교수는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교수로서 레프코위츠 교수팀에서 일하고 있다.

이화여대 생물교육학과 87학번인 부인 김 교수도 서울대 분자생물학과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와 남편과 함께 레프코위츠 교수팀의 선임 연구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학교 안팎에선 레프코위츠 교수의 노벨상 수상에 안 교수가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안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레프코위츠 교수의 연구팀원은 200여 명이나 된다. 나는 그중 1명에 불과하다”며 “크게 기여한 바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현재 신약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방금 노벨상 축하 리셉션을 마치고 돌아왔다”며 “노벨상 수상이 연구의 끝은 아니다. 레프코위츠 교수를 비롯해 우리 팀은 앞으로도 연구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레프코위츠 교수에 대해 “열정, 집중, 기초과학을 강조하는 대학자”라고 말했다.

애틀랜타 중앙일보 이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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