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계 ‘적과의 동침’이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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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해는 자동차 업체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기로가 될 것이다.”

14일(현지시간)까지 열리고 있는 파리모터쇼를 찾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디터 제체 다임러 그룹 회장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 판매 실적도 좋지 않다”면서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전망이 어둡다”고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스마트·마이바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다임러 그룹은 최근 “올해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 그룹의 마틴 빈터콘 회장은 “내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 유럽 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그룹 회장은 “올해가 자동차 회사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사와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곤 회장과 제체 회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파리모터쇼에서 양사가 중대형 신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엔진과 자동 변속기를 공동 개발하고 2016년께 합작 자동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두 회사가 지난해 일부 자동차 플랫폼과 엔진을 공유하는 협약을 체결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곤 회장은 “두 회사 간 협력은 개별 프로젝트 수준을 넘어서서 더 폭넓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고, 제체 회장은 “카를로스와 디터의 2인쇼는 계속될 것”이라고 받았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앵 그룹과 미국 GM은 올 초 동맹을 맺었다. 필리프 바랭 푸조시트로앵 그룹 회장은 “GM의 유럽 법인인 오펠과 공동구매 및 각종 부품 공유를 통해 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이 어렵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회사 사정에 따라 CEO들의 속내는 갈렸다. 빈터콘 회장은 “올해 폴크스바겐 그룹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호언했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최근 중국에서의 성장세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 슈테판 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은 “우리에겐 그림자보다 빛이 많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북미와 아시아 지역 성적에 근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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