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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회복 중이지만 정리할 곳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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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저축은행 업계에 또다시 퇴출 공포가 일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결산 결과 업계 전체의 적자가 1조원대에 달했다. 저축은행 전체 대출에서 6개월 이상 연체된 비율(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올 6월 말 현재 평균 20%로 1년 전 17.4%보다 커졌다. 고정이하 여신이 40%가 넘는 저축은행이 10곳, 30~40%인 곳도 11곳에 달한다. 부실의 기준이 되는 자기자본비율 5%를 넘기지 못한 저축은행도 13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두세 곳은 내년 이후 퇴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비롯된 부실의 수렁에서 저축은행들이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증거다.

 금융당국은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안종식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2일 긴급 브리핑에서 “(저축은행 업계가)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몇몇 저축은행이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나머지 저축은행의 경영 실적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 국장은 “적자가 심각한 저축은행을 제외한 77곳만 놓고 보면 2011 회계연도 손실이 1773억원으로 전년보다 2500억원 줄었다”며 “예금주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국도 일부 저축은행의 퇴출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안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이면 검사 대상이 되고, BIS 비율 1.5% 미만에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경우 영업정지 요건에 들어간다”며 사실상 일부 저축은행의 퇴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퇴출 시기는 내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안 국장은 “검사 기간이 7주, 행정절차법상 소요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린다”며 “퇴출 저축은행이 있더라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기 흐름도 나쁘다. 불황으로 모기업이 흔들리면서 벼랑 끝에 선 저축은행이 많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홀딩스의 서울저축은행은 17일 상장폐지된다. 2600억원을 쏟아붓고도 2년 연속 자본이 잠식됐다. STX가 인수한 흥국저축은행도 2011회계연도 적자가 80억원에 달한다. 전년(47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저축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주력한 소액대출도 위태롭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가 나빠지면 저축은행이 돈을 주로 빌려주는 저신용·저소득 계층부터 연체율이 급증하기 시작한다”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돈을 빌려줄 곳도 없는 만큼 당분간 저축은행 실적이 나아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기 침체기를 버티려면 본연의 소액 대출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저축은행이 많지 않다”며 “당국이 깐깐하게 저축은행을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퇴출에 대비해 저축은행 예금주들은 계좌를 점검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BIS 비율이 5% 미만인 13곳 저축은행에 맡겨진 5000만원 초과 예금은 모두 931억원(8월 말 기준).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송인범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 경영분석팀장은 “세 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예금자들이 학습 효과를 얻어 퇴출 작업이 벌어져도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긴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빨리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임미진·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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