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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지킨 벨기에 폭격기 콜사르츠

중앙일보

입력

 
"나는 여름 내 모든 것을 짜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올라사발의 선택만 남았다."
지난 여름 유러피언 투어 선수 니콜라스 콜사르츠(30·벨기에)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다. 라이더컵에 참가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2000년 프로로 전향해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그는 아직 무명이다. 올해 볼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프로 통산 2승째를 기록했지만 라이더컵에 참가하는 슈퍼 스타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유럽의 캡틴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은 미국이 긴 전장의 코스를 만들자 콜사르츠를 뽑았다. 콜사르츠는 별명이 '벨기에 폭격기'다. 올해 316야드의 티샷을 기록했다. 키는 1m88cm로 큰 편이지만 몸무게가 78㎏으로 호리호리한데도 믿기지 않는 장타를 친다.

멀리 치기만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를 보는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라이더컵 동료인 그래이엄 맥도웰은 "그는 공을 멀리 치고 좋은 샷을 하지만 조금 더 원숙해진다면 일관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번 유럽팀에서 라이더컵에 처음 참가하는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슈퍼 스타들이 겨루는 라이더컵에 참가한 콜사르츠는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그는 "라이더컵에 나왔더니 프라이빗 비행장에 내리고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움직이고, 역시 경찰이 지키는 호텔 선수 전용 층에서 있게 되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런 콜사르츠가 유럽을 위기에서 구했다. 28일 밤(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인근 메다이나 골프장에서 벌어진 라이더컵 첫날 오전 포섬 경기에서 2-2로 균형을 맞춘 유럽은 오후 열린 포볼 경기에서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밀렸다. 유럽의 첫 팀인 폴 로리와 피터 한슨은 14번 홀에서 5홀차로 참패했고, 필승조로 불리던 로리 매킬로이-그레이엄 맥도웰도 단 한 번도 리드를 못하고 3홀 차로 질질 끌려다녔다. 저스틴 로즈와 마르틴 카이머도 힘을 쓰지 못했다. 유럽의 캡틴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콜사르츠와 파트너가 된 리 웨스트우드도 무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포볼 경기에서 아마추어같은 슬라이스를 내면서 역전패를 당한 웨스트우드는 포섬 경기에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한 듯 보였다. 포섬 경기에서 단 하나의 버디도 잡지 못했다.

콜사르츠 혼자 싸웠다. 장판교를 막고 조조의 100만대군과 맞서 싸운 장비처럼 콜사르츠는 타이거 우즈-스티브 스티리커를 혼자 상대했다. 오전에 부진했던 우즈는 후반 살아났다. 10번 홀부터 버디 5개를 잡아냈다. 그러나 콜사르츠를 넘지 못했다. 콜사르츠는 우즈보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25야드 정도 더 나갔고 퍼트감도 더 좋았다. 17번 홀 타이거가 1m 버디 찬스를 만들자 10m가 넘는 버디를 성공시키며 우즈의 김을 뺐다. 우즈는 버디 7개를 잡았지만 버디 8개와 이글 1개를 잡은 콜사르츠에는 모자랐다.

콜사르츠의 활약에 일방적으로 몰리던 유럽의 다른 동료들도 살아나기 시작햇다.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후반 버디를 잡으며 다음 날을 위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콜사르츠는 스포츠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를 비롯한 친척 몇 몇이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는 테니스와 스쿼시, 필드 하키 등 다섯가지 스포츠를 하면서 컸다. 그가 호리호리한 몸으로 장타를 치는 이유는 여러 스포츠를 하면서 자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카고=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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