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향력 감소, 한국이 더 주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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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핵 문제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목표를 여러 개로 쪼개 이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평화협정 등 북한이 얻을 혜택도 얘기해야죠.”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무부에서 대북정책을 총괄해온 스티븐 보스워스(사진) 전 대북정책특별대표(전 주한 미국대사)의 북핵 해법이다. 9·19 공동선언 채택 7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그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 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미 양국의 차기 정부를 향해 “상호 호혜의 원칙 아래 대북 포용정책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한·미 양국이 고수하고 있는 ‘CVID(포괄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번복할 수 없는 비핵화) 원칙’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건 가능하지만, 우라늄(농축을 이용한 핵개발)의 경우 검증이 불가능하고, 번복할 수 없도록 하기도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어 “미국 내에서도 CVID원칙 폐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새 정부는 (완벽한 해결을 의미하는 CVID식 해결보다) 점진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워스는 북한 정세와 관련, “20여 년간 북한 붕괴를 기다려온 사람들이 있지만 북한은 아직도 건재하고, (김정일 사망 후) 권력 이양도 부드럽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한·미 동맹에 근거하되, 보다 주도적으로 대북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보스워스 전 대표는 현재 미국 터프츠대 국제관계학 전공 학교인 플레처스쿨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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