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먹서먹' 北 얼짱 무용수 조명애, '컵라면'이 녹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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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중국 상하이(上海).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 촬영을 위해 처음 만난 미모의 북한 무용수 조명애(23)씨와 남한 광고스탭 간에는 다소 서먹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의 상업광고에 북한 모델이 출연한다는 의미 자체가 묵직하게 다가온데다, 남북간 문화 차이도 남한 촬영스탭들에게는 부담스런 부분이었다.

실제로 차은택 감독 등 남한 스탭들은 조명애 씨를 동반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에게 '광고'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상업적 광고를 접해본 적이 없는 북한 사람들에게 '광고'가 그들에게 익숙한 '선전.홍보'와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촬영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의견 조율이 끝난 양측은 본격적으로 촬영에 임해 1차 촬영을 순조롭게 마쳤다.

제일기획 관계자에 따르면 촬영 초기 서먹한 분위기를 날려버린 것은 남한 촬영스탭들이 챙겨간 '컵라면'과 '김치'였다고 한다.

빡빡한 촬영일정 탓에 야간작업을 하는 경우가 잦았고, 남한 촬영스탭들이 야참으로 내놓은 컵라면과 김치, 쌀밥 등을 조명애 씨가 맛있게 먹으며 '역시 우리는 같은 민족입네다'를 연발했다고 한다.

광고촬영 분위기는 계속 화기애애하게 진행됐고, 조명애 씨는 남한의 어느 광고모델 못지 않은 적극적인 태도로 광고촬영에 임했다. 조씨와 많은 대화를 나눈 남한 촬영스탭들은 '조씨가 외모 못지 않게 성격도 밝았다'고 입을 모았다.

남쪽 모델인 이효리도 비슷한 기간 상하이에서 광고 촬영을 했지만, 조씨와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6월초 같은 장소인 상하이에서 이뤄지는 2차 촬영에서 이효리와 조명애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언론은 광고에서 이효리가 조명애와 함께 물동이 춤을 출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제일기획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명애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물동이춤을 추지만, 이효리까지 물동이춤을 출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효리는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일기획측은 아직 1차 촬영분 편집도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광고 내용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2차 촬영까지 마치고 나서 광고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광고는 빠르면 6월말 방송전파를 탄다.

지금까지 알려진 광고의 밑그림은 '하나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이효리와 조명애가 우연히 만나 차차 공감을 넓혀간다는 것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애니콜의 브랜드 철학이 시공간을 넘어 전세계 모든 사람들과 통한다는 것인데,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북한사람들과는 통하지 않는 현실에 착안, 북한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를 만들기로 했다"고 제작의도를 설명했다. 제일기획의 애니콜 광고팀이 이같은 기획안을 내놓은 것은 지난 1월. 극비리에 추진돼온 이번 광고 촬영은 남북한 당국의 허락으로 급물살을 탔다.

양측 모두 분단 이후 처음 이뤄지는 '광고를 통한 문화교류'라는 의미에 흔쾌히 동의를 한 것이다. 광고 촬영지역도 제3지역인 중국 상하이로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제일기획측은 조명애 씨와의 계약기간이 1년이며, 모델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기존 애니콜 모델들이 받는 특급대우는 아니고, 그저 통상적인 수준이라고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효리는 1년계약 CF 모델료로 대략 5억~6억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제일기획에는 일본 언론, 해외통신사들의 취재 문의가 빗발치는 등 이번 광고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핵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북한 모델이 남한 상업광고에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민간 부문에서 화합의 물꼬를 트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2002년 '8.15 민족통일대회' 개막식에서 북측 기수단으로 입장한 조명애 씨는 수려한 미모로 많은 남한팬을 확보하고 있으며, 북한 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남한 인터넷에 팬 카페가 개설돼 현재 회원이 1만2000명에 달한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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