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양도세 깎아준다는데 … 집값은 아래로, 아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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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부의 9·10 경기부양책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해 안에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향후 5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모든 주택에 대해선 취득세를 50% 인하해 주겠다는 9·10 대책은 거래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지만 당장 ‘법 시행 시기’, ‘적용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주택시장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표적인 현장이 당초 1만8000여 명이 청약해 모처럼 분양시장을 후끈 달궜던 동탄2 신도시 동시분양 단지다. 14일까지 계약을 진행한 업체 가운데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본 업체가 생겼다. 세금 혜택이 미분양 아파트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일단 계약을 포기하고 선착순으로 미분양을 사겠다는 청약자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M건설 관계자는 “청약률이 높았지만 계약 포기자가 속출해 계약률은 60%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지에 미분양이 생겨도 양도세 면제 혜택은 받지 못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양도세 감면 대상은 법 시행일인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는 날을 기준으로 건설사가 지자체에 신고한 미분양 아파트여야 한다. 올가을 몰려 있는 분양시장에서 법 시행일 이후 생기는 미분양 아파트는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고광효 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연말까지 발생하는 모든 미분양주택에까지 양도세를 감면해주면 오히려 그 기간 동안 미분양 발생을 조장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취득세 인하도 국회 상임위에서 관련 법이 통과하는 날을 기준으로 하므로 매매 계약을 진행할 때나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 잔금을 미루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대책의 적용 시기가 너무 짧아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적용 시기를 연장할 경우 지자체의 취득세 손실분이 늘어나 이를 보전해줘야 하는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봤다. 시기를 연장해도 적용 시기가 끝나는 막판에 거래가 몰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 경기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양도세는 집값이 올라야 혜택이 있다. 취득세를 덜 낼 수 있다고 하지만 집값 전망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급하게 집을 사려고 나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도 확실하지 않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세금 혜택 때문에 집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분양가 할인을 많이 한 미분양 단지나 조금씩 회복 분위기를 보이는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엔 이번 대책이 일정 정도 효과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시범다은공인 김희봉 사장은 “이번 세금 감면 대책과 맞물려 비슷한 가격대의 급매물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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