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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거인

중앙일보

입력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롯데 자이언츠는 전문가들로부터 현대 유니콘스와 함께 최고의 마운드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롯데는 약한 타력으로 인해 중위권 혹은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다크호스로 밖에 분류되지 않았다.

그런데 5월 29일 현재 자이언츠는 8개 팀 중 타격 2위(0.282), 홈런 3위(52개), 타점 3위(250), 장타율 2위(0.448), 출루율 4위(0.363)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 눈 여겨볼 대목은 바로 홈런과 장타율 부분. 이들 부분은 롯데가 대대로 약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홈런,타점,장타율 1위인 호세를 필두로 타자들은 당초 기대보다 훨씬 좋은 파워와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롯데의 팀 성적은 19승 26패 1무로 7위에 머물고 있다. 믿었던 투수들의 기대 이하의 부진이 한 몫 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는 속이 탈 노릇이지만 8개 팀 가운데 방어율이 6위(4.82) 다.

타자들의 분전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 성적이면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즌 초 투수력이 막강할 때 타력은 최하위였다.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다. 투·타 밸런스가 균형적이지 못하니 성적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김명성 감독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롯데는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해 주리라 믿었던 두 좌완투수 주형광과 김영수의 도중탈락으로 마운드가 많이 약해졌다. 주형광은 개막 초반 겨우 2경기에 나와 3이닝을 던져 승리 없이 1패, 방어율 15.00이라는 비참한 성적을 남기고 어깨 통증으로 인해 2군에 내려가 있다. 여기에 김영수도 17경기에 나와 4패 방어율 6.90 이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인해 2군으로 쫓겨 내려 갔다.

여기에 듬직한 마무리로 기대를 모았던 강상수도 20경기에 나와 3번의 끝내기 홈런를 맞는 등 8세이브 (1구원승) 방어율 5.09라는 부끄러운 성적으로 인해 중간계투로 물러 났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했던가? 그렇지 않아도 약해진 마운드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것은 바로 듬직한 선발인 방어율 1위인 박석진과 기론의 부상이다.

박석진은 지난 5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있었던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중 3회 초 갑자기 자진 강판했다. 비록 신경성 위궤양으로 밝혀져 조절만 잘하면 투구하는 데는 큰 지장은 없으나 단시일 내에 제 컨디션을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

기론은 지난 5월 29일 연습 투구를 하다가 전에 없었던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선발 등판 일이 불투명해 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문동환과 염종석이 가세했으나 그들은 수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항상 재발의 우려가 있기에 베스트 컨디션을 가지기 힘들다. 그러나 염종석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선발 투수 로테이션에 합류 시키고 문동환을 마무리로 써야 한다. 김명성 감독이 얼마 전까지 구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포메이션이다.

‘믿는 도끼(정상급 투수력)에 발등찍힌(성적부진 및 붕괴)’ 롯데로서는 이 난관을 제대로 헤쳐 나가지 못한다면 결국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쳐야 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한편 이러한 위기 상황에 김명성 감독의 진정한 역량을 알 수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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