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의 수영 금 … 약속 지킨 임우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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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근(오른쪽)이 수영 대표팀 조순영 감독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수영에서 나온 24년 만의 패럴림픽 금메달. 그러나 정작 선수는 금메달의 기쁨보다 자신을 아껴준 감독님에 대한 걱정을 먼저 떠올렸다. 시상식을 마치고 퇴장하는 순간, 멀리 관중석 2층에 앉아 있던 스승이 보이자 자신이 받은 영광의 꽃다발을 고마움과 함께 힘껏 던졌다.

하루 종일 마음을 졸였던 감독은 제자가 보낸 뜻밖의 선물에 울컥 눈물을 터트렸다.

 임우근(25·충북장애인체육회)은 6일(한국시간) 런던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수영 남자 SB5(지체장애) 평영 100m 결승에 나서 1분34초06의 기록으로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수영 종목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자 1988년 서울에서 김종우가 남자 배영 200m 금메달을 따낸 지 24년 만에 캐낸 금맥이었다.

 하지만 임우근에게는 금메달보다 더 소중한 게 있었다. 바로 팀 동료와 조순영(37) 감독이었다. 이날 메달은 지난 1일 지적장애 수영선수 이인국(17)의 ‘3분 지각’ 실격 사태로 마음고생을 했던 수영대표팀 모두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았다.

 임우근은 정양묵(24)과 조원상(20), 이인국 등 나이 어린 후배들이 많은 대표팀에서 ‘맏형’ 역할을 도맡아 했다. 동생들이 힘들 때마다 찾아와 “형, 안아줘, 뽀뽀해줘”라는 이야기를 할 만큼 편한 사이였지만 잘못했을 때는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조 감독에게 ‘금도끼’를 선물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찍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맏형은 이날 경기에서도 “실격 당한 이인국과 대회 직전 지적장애 등급 판정 문제로 합류가 불발된 김현준, 그리고 감독님의 몫까지 더 열심히 하자”는 각오로 역영을 펼쳤다. 불편한 다리에다 무거운 짐까지 어깨에 졌지만 결승 후 전광판에 찍힌 그의 결과는 아시아 신기록이었다. 조 감독도 여자 수영의 김지은(29)과 나란히 관중석에 앉아 임우근의 손이 제일 먼저 피니시 라인에 닿는 순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임우근이 마음으로 보낸 ‘금도끼’가 감동으로 돌아온 순간이기도 했다.

런던=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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