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50대, 법관보다 관대한 양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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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수입이 200만~400만원 사이의 50대 여성’. 법관보다 낮은 양형을 선택한 배심원들의 평균적 특징이다. 본지는 지난 4~5월 전국 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 31건의 배심원 258명이 작성한 설문지를 단독으로 입수, 이들의 인구사회학적 특징을 해당 사건 판결문의 양형 의견 및 판결과 교차분석했다.

 분석 결과 성별·연령·소득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왔다. 법관보다 낮은 양형을 선택한 배심원 중 78.8%가 여성이었다. 연령대로는 50대가 34.3%로 가장 많았으며 40대가 25.7%였다. 가족 전체의 한 달 소득은 200만~400만원 정도인 사람이 70.3%를 차지했다. 법관보다 높은 형을 선택한 배심원은 20대(37.5%)가 가장 많았고 가족 전체의 한 달 소득은 400만~600만원 정도로 비교적 높았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인생 경험도 충분하고 피고인과 생활 수준도 비슷한 배심원들이 관대한 양형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20~30대로 나이가 젊거나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의 범죄에 엄격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배심원들의 전체적인 구성은 비교적 다양했다. 전체 258명 중 남성이 48.6%, 여성이 51.4%였다. 연령대로는 40대(26.9%)가 가장 많았으며 50대(24.5%), 30대(23.7%) 순이었다. 학력은 대졸자가 49.1%로 가장 많았다. 직업은 전업주부가 19.6%로 제일 많았고 기타(17.3%), 관리직 및 전문직 종사자(15.1%) 순이었다. 가족의 한 달 평균 수입은 500만원 이상(28.3%), 200만~300만원(25.7%) 순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국민 법감정을 보다 공정하게 재판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배심원 후보자 출석률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배심원 후보자 평균 출석률은 28.2%였다. 배심원 후보자는 무작위 추첨으로 해당 법원의 관할 구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의 국민 중에서 선정되지만 실제 출석하는 후보자들은 직업이 없는 가정주부 또는 고령층이 많다는 게 참여재판을 경험한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서울동부지법 김영진 판사는 “법원에 출석한 후보자들이 직장인보다는 주부 계층이 많아 배심원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객관적 재판을 위해 보다 다양한 직업·계층의 후보자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 기자, 오단비 인턴기자(연세대 국문학과), 김보경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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