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전남·북과 경북 네 집 중 한 집 독거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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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라남도 고흥군은 지난달 7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경로당 634곳에 선풍기를 두 대씩 새로 샀다. 폭염으로 지친 노인들이 집에 홀로 있기보다는 시원한 경로당에서 같이 생활하는 게 나아서다. 통계청 201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고흥군은 이미 전체 가구 중 53.3%가 65세 이상 노인가구다(가구주 연령 기준). 또 네 집 중 한 집꼴(24.8%)로 노인 혼자 살고 있다. 이영곤 고흥군청 노인복지팀장은 “독거노인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집에 센서를 설치하는 등 신경 쓰고 있다”며 “노인복지에 대한 예산지원도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금의 고흥군 상황이 23년 뒤면 흔한 얘기가 될 전망이다. 28일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35년엔 전남(51.9%), 경북(47.3%), 전북(47%)은 두 집 중 한 집이 65세 이상 노인가구가 된다. 또 이들 지역 노인가구 중 절반가량은 1인 가구다. 네 집 중 한 집꼴로 고령자 혼자 사는 독거노인 가구인 셈이다.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가 심한 전남 지역은 2035년 전체 가구 중 18%가 75세 이상 초고령층 1인 가구로 채워진다.

 독거노인 가구 급증이 농촌 지역만의 얘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광역시 중에서도 부산(18.1%)이나 대구(16.4%)는 2035년이면 독거노인 가구 비중이 여섯 집 중 한 집 정도로 늘어난다. 부산과 대구는 울산·창원 등 인근 공업도시로 젊은이들을 뺏기면서 인구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지역이다.

 1인 가구 증가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35년이면 전국 16개 모든 시·도에서 1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 잡는다. 이미 2010년 전남을 시작으로 지난해 강원과 경북, 올해 충남, 내년엔 충북과 전북 순서로 1인 가구가 ‘부부+자녀’ 가구를 추월한다. 한 집에 사는 평균 가구원 수도 2010년 평균 2.71명에서 2035년엔 2.17명으로 줄어 간신히 2명에 턱걸이할 전망이다.

 다만 서울(25.2%)과 대전(25.2%), 광주(20%)는 나홀로 가구 중 35세 미만 젊은 1인 가구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업과 취업을 위해 미혼인 청년 층이 몰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광역시가 아닌 도지역 중엔 ‘세종시 효과’가 있는 충남(17.8%) 지역에서 젊은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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