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만난 YS, 공천 떨어진 현철과 무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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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22일 오전 서울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김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22일 상도동과 동교동을 모두 돌았다.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방문한 데 이은 ‘국민 대통합’ 행보의 일환이다.

 박 후보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만남은 2008년 10월 이후 3년10개월 만이다. 박 후보는 YS의 부친 김홍조옹이 타계했을 때 빈소를 찾아가 조문했었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졌다. 특히 YS는 새누리당 경선을 앞두고 자신을 예방한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박 후보를 ‘칠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앞서 차남 현철씨는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하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이학재·이상일 의원과 함께 YS의 상도동 자택에 도착했다. 2층 거실에서 YS의 김기수 수행실장과 잠깐 환담을 하는 사이 YS가 현철씨와 함께 거실에 들어왔다. 박 후보가 “요즘 날씨도 더운데 건강하시냐”고 인사를 건네자 YS는 “아주 건강하다. 오늘도 아침에 5㎞를 걸었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나라가 한 번 더 도약을 하고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대통령님께서도 대통합을 이뤄나가는 걸 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YS는 “나라가 참 어렵다. 이럴 때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참 중요하다. 많은 산을 넘으셔야 할 텐데 하여튼 잘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후보는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 건립 현황을 물으면서 “미리 축하 드린다”고 했고, YS는 “내 사무실도 그쪽으로 옮기고 출근도 그쪽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 두 사람은 YS가 쓴 휘호 ‘무신불립’(無信不立)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배석한 이상일 의원이 전했다. 무신불립은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으로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말이다. 이날 20여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YS는 시종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오히려 동교동에서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웠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2시40분쯤 김대중 도서관 5층 집무실에 도착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10여분간 만났다. 이 여사는 미리 박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 후보는 "생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도 저를 만났을때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했다”며 “바로 이 방에서 2004년 (김대중) 대통령님을 뵙던 생각이 난다.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많이 피해 보시고 고생하신 것에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대통령님께서 화답을 해주셔서 그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아버지 기념관 건립을 결정해주시고 해서 거기에 대해서 감사를 드렸던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이에 이 여사는 “저도 (육영수) 여사님 만나 뵌 기억이 난다. 국회의원 부인들 점심을 주셨다. 청와대에서 정말 친절하게 해주셔서 얼마나 고맙게 생각했는지 모른다”고 화답했다. 이 여사가 “남북관계가 잘 가다가 근래에 금강산이고 개성공단이고 모두 중단이 됐다”고 말하자 박 후보는 “이제는 대화 국면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이 여사는 “만일 대통령이 되신다면 여성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고 박 후보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이상일 의원이 전했다.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은 “여성운동을 해오신 분으로서 후보에게 덕담하신 것”이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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