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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에베레스트 오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각장애인이 에베레스트 등반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인 시각장애인 에릭 웨이언메이어(32)는 지난 3월부터 등정을 시작했다. 9일(한국시간) 정상에 도전할 예정이었지만 날씨가 안 좋아 정상 도전일을 14일로 미뤘다.

7대륙 최고봉 등정이 목표인 그는 북아메리카(매킨리) · 남아메리카(아콩카구아) · 남극(빈슨 메시프) · 아프리카(킬리만자로) 최고봉 등정 성공에 이어 다섯번째 목표에 도전 중이다. 그는 킬리만자로 등정 도중 해발 4천m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웨이언메이어는 유아기에 안질을 앓아 13세 때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사라져가는 시력을 잡아두려 여러가지 운동을 하며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불빛은 꺼지고 말았다.

자포자기하는 대신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새로운 모험이었다.

건실한 생활과 긍정적인 사고방식, 목표를 이루면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진취적인 모험정신. 그는 코네티컷주 레슬링 고교 대표에 발탁된 데 이어 장거리 사이클 · 마라톤 · 스카이다이빙 · 스킨스쿠버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시력이 덜 필요한 것에서 시력이 꼭 필요한 것으로 그의 비전은 확대됐다. 웨이언메이어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다른 감각이 좋아졌다" 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암벽 등반 레포츠 센터에서 등반과 인연을 맺었고 모친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세계 오지를 걸어서 여행하며 극한 모험을 시작했다.

보스턴칼리지 졸업 후 그는 교사로 활동하며 산악 등반을 재개했다. 그는 1995년 헬렌 켈러의 생일날 매킨리봉을 점령해 '시각장애인 7대륙 최고봉 등정' 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동료의 설명을 듣고 등반로 상태를 머리에 정확히 그린다. 앞서 가는 동료의 종 소리를 듣고 방향을 잡으며 등산용 폴을 이용해 땅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낸다. 난코스에서는 동료의 폴대를 잡고 오르지만 절대 신체 접촉은 하지 않는다.

웨이언메이어는 해발 6천m를 넘으면 안압이 높아져 눈이 빠지는 듯한 심한 통증을 겪는다.

장애인 에베레스트 등정은 98년 한쪽 다리에 의족을 단 미국인 톰 휘태커가 성공했다. 99년 양손을 절단한 한국인 산악인 김홍빈씨는 해발 7천4백m에서 하산했다.

웨이언메이어는 최근까지 "산 꼭대기에 올라가도 아무 것도 볼 수 없으면서 왜 올라가려 하느냐" 는 조소 섞인 질문을 받았다. 그는 "어떤 알피니스트도 정상의 풍경을 보려고 고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오르면서 느끼는 생명 · 자연과의 합일이 아닌가" 라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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