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기업, 대졸예정자 신규채용 잇따라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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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한참 경기가 좋을 때 인재를확보하기 위해 서류상으로 미리 뽑아두었던 대학(원) 졸업예정자들에게 사과와 함께입사포기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이 생기고 있다.

그간의 입사제의를 없었던 일로 해주는 대가로 기업들은 적으면 2주, 많으면 3개월간의 봉급을 이들 졸업예정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 8천500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한 시스코 시스템스는 대졸 예정자들의 채용계획을 백지화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장비 메이커인 이 회사는 채용대상자들이 향후시스코를 상대로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3개월간의 봉급을 지급키로 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의 경우 입사제의를 받아들였던 졸업예정자들에게 2개월간의 봉급과 이미 약속했던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텔은 현재 정상적으로 기업경영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5천개 일자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제공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월 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과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채용계획을 철회한 일이 있었지만 이번 처럼 ''사과성 상여금''을 지급한 일은 없었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고 기업으로서의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채용을 약속했던 대졸예정자들에게 사과성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인텔측의 얘기다. 노텔 네트워크도 1천달러 이상의 사과성 상여금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오스틴의 텍사스주립대학 취업서비스센터 소장 레이 이스털린은 대학측에 우수학생 추천을 의뢰해 사원을 뽑았다가 채용계획을 아무 보상도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기업은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업에는 우수학생을 다음번에는 추천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스털린의 비공식조사로는 전국적으로 첨단기술기업, 투자은행, 건설 분야의적어도 23개 회사가 채용계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보상기준이 낮거나 아예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720개 일자리를 없앤 새피언트는 채용을 취소하면서 채용대상 학생들에게 2주일분의 봉급을 지급했다. 픽소라는 네트워킹기술회사는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다고 이 회사의 입사제의를 받아들였다가 취소통보를 받은 학생들은 전했다.

최근 이들 미국 대졸 예정자들이 당하는 수난은 1년반 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그때만 해도 많은 미국기업들은 우수인력을 우선 확보한 후 그들에게 할일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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