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을 위한 1일 병원 체험 순천향대 부천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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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의대생을 위한 1일 병원 체험행사’에 참가한 중학생들이 수술실을 둘러보고 있다.(왼쪽) 동물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

“하나, 둘, 셋, 넷, 다섯…” 깍지를 낀 손이 리듬을 탄다. 삼십 번을 외치자 인공호흡을 두번 실시하곤 다시 양손을 깍지 끼고 숫자를 세며 반복한다. 심폐소생술 수업의 한 장면이다. 이들은 순천향대 부천병원이 진행한 미래의대생을 위한 1일 병원 체험행사에 참가한 중학생들이다. 에어컨이 시원한 냉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학생들은 인공호흡에 힘을 쓰느라 이마에 땀이 맺혔다. 사람 형상의 인형인 애니를 앞에 두고 올바른 자세로 흉부압박을 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참가자 두 명당 한 개씩의 애니와 자동제세동기가 지급됐다. 전문의 3명과 함께한 실습이 끝나면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인증하는 심폐소생술 이수증을 받을 수 있다. 최영환(대구 동부중 2)군은 “처음 해본 심폐소생술이라 낯설었지만 과정을 마치니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심폐소생술 실습을 시작으로 수술실 체험, 동물실험, 의학시뮬레이션센터 등을 둘러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하나씩 알아갔다.

전문의와 실습하고 심폐소생술 이수증 받아

참가자들은 수술실 체험을 가장 인상적인 경험으로 꼽았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용 모자와 일회용 마스크까지 착용해 실감을 더했다. 실제 수술현장을 구경한다는 긴장감과 초조함이 얼굴에 묻어났다. 빨간색 바탕에 통제구역이라는 노란색 글귀가 새겨진 바닥은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들을 안내하기 위해 마취통증의학과 김용익 교수가 나섰다. “미래의 의사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인사로 입을 연 김 교수는 “수술실은 생명의 공간이다. 누구나 이 곳에 들어 올 때는 겁을 낸다. 하지만 비행기가 사고 날 확률보다 안전한 것이 수술이다”라며 안정성을 강조했다. 학생들이 처음 맞닥뜨린 수술현장은 산부인과 수술실이다.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화면을 보면서 집도의가 개복(환자의 배를 열어서 수술하는 행위)이 필요 없는 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설명했다.

대부분의 수술실은 문 앞에 큰 창이 나 있어 밖에서도 내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유리창도 없이 금속재질로 육중한 출입문을 가진 수술실이 나타났다. “X-ray 촬영 시 방사선의 유출을 막기 위해 납으로 차폐시킨 수술실”이라는 설명이 이어지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 수술실은 용도에 따라 방의 크기와 시설 등이 달랐다. 외과수술실에 다다랐을 땐 초음파를 이용해 간을 절제하는 수술이 한창이었다.

집도의는 “여러분들이 과학시간에 배우는 초음파가 수술에서도 사용된다”며 “의사를 꿈꾼다면 학창시절에 배우는 모든 과목이 연관되기 때문에 학업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날 선발된 30명의 중학생은 평소부터 의사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수술실에 처음 들어왔을 땐 긴장감에 움츠러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날카로운 질문도 쏟아졌다. 김 교수가 마취과정을 설명하면서 모니터에 표시된 숫자를 가리켰다. 42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마취심도(마취가 안 된 상태일 때는 100)를 표시하는 숫자로 수술 중 마취가 풀리거나 하는 사고를 예방할 목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수술 중 각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인거죠”라며 거들었다. 중학생답지 않은 전문용어도 이들에게 낯설지 않았다.

전문용어도 아랑곳 않고 질문 쏟아져

1시간 정도에 걸친 수술실 체험이 끝나자 동물실험실로 발길을 옮겼다. 실험용 쥐를 해부해 각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쥐가 사람과 다른 한 가지가 뭘까요” 진행요원의 질문에 모두들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사람과 달리 쓸개가 없다”는 설명에 다들 놀라는 눈치다.

이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김지윤(경기도 수원시 수원북중 3)양은 “쥐의 갈비뼈를 보고 싶다”고 했다. 징그럽다고 손사래를 칠 법도 한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생각 외로 무섭지 않았고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양은 “의사라는 직업이 그저 멋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체험을 계기로 자기를 희생해야 하는 어려운 직업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원(서울 서운중 3)양은 “의사가 되기 위해선 의대 진학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끝없는 탐구와 연구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6회째를 맞이한 미래 의대생을 위한 1일 병원 체험행사는 7월 24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진행됐다. 중앙일보 독자를 대상으로 응모사연을 받아 순천향대 입학사정관 심사로 참가자를 결정했다. 24일은 중학생, 25일은 고교생 대상으로 총 60명이 참가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황경호 원장은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외면보다 실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 이정림 홍보팀장은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직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토대로 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동기를 심어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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