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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 한창인 Web 거닐면 엔돌핀 넘친다

중앙일보

입력

한 페이지만 있어도 충분한 웹 사이트가 있다.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이 수백 페이지로 된 책보다, 3시간짜리 영화보다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가로이 공원을 산책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사이트들을 방문해보자.

띠리링,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혼자 있는 방 안에서 예고 없이 울리는 전화벨이란 그야말로 불청객이다. 제 딴에는 멋진 멜로디라고 울리겠지만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기계음이 반가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리는 소름이 확 끼친다. 봄볕이 포근한 방 안에서 한가롭게 딩굴던 리. ‘아, 누가 나의 평온을 방해하는가’ 투덜거리며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나야. 김!”

오호라. 이게 어쩐 일인가. 밤낮없이 일하는 벤처 기업에 들어갔다고 하더니 소식 끊어진 것이 벌써 반 년이 넘은 친구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가 어째 기운이 없다. 일이 힘든가 했더니 회사가 구조조정을 한다나. 미리 사표를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휴가를 내고 훌쩍 서울을 떠났다고 한다.

“여기 춘천이야. 아직 바람은 쌀쌀한데 그래도 봄이다. 너도 집에만 있지 말고 나와봐. 기분이 확 달라져.” 친구는 봄바람을 쐬니 몸 안에 엔돌핀이 넘쳐나며 ‘지금이야말로 새로 시작할 때’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실업이 날로 심각해진다고 떠들어대지만 겁나지 않는다며.

리 역시 떠나고 싶다. 춘천, 청평, 충주 아니 저 멀리 인도, 이집트, 아마존까지. 위를 보면 천장, 아래를 보면 장판, 앞을 보자니 모니터뿐인 삭막한 방 안에 갖혀 있고 싶은 이가 어디 있으랴. 넓은 바다 드넓은 평원을 바라보면 어디서 백수 탈출의 의지가 불쑥 솟아날지도 모를 일이다.

봄날이다. 리(李) 역시 들뜬 마음에 ‘외출’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봄 외출이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리는 멀리 중국에서 날아온 모래 바람만 실컷 뒤집어쓰고 집에 들어왔다. 봄볕이 아무리 좋다 해도 리의 피부는 그 독한 황사 바람을 견디기에 너무 연약했다. 부디 비웃지 마시길.

나름대로 청결한 방 안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생활하는 자가 바로 백수니까. 그래도 오늘은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폭포수 아래에서 청량한 물방울도 느껴보고 까마득하게 높은 산 정상에 서서 붉디 붉은 노을을 바라보고도 싶다.

박진규의 ‘나무의 도시, 숲’(http://redjin.x-y.net)은 참 아름다운 사이트다. 하지만 용도를 묻는다면 난처하다. 다 합쳐봐야 7∼8페이지에 불과한 미니 사이트로 담긴 내용은 숲과 자연의 정의 정도다.하지만 검은 색 바탕에 잎이 무성한 파란 나무 이미지가 깔린 이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는 보는 사람에게 숲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청량한 느낌을 준다. 정의 1에서 ‘숲, 산림’ 부분을 클릭하면 환영인사가 등장하는데 아름드리 나무가 있는 숲속이 스르륵 지나가는 영상이다. 저 속에 내가 있었으면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방명록에 들어가보니 ‘이거 홈페이지 맞아?’라는 글이 여럿 보인다. 정보의 양으로 치자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리는 한 페이지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끔찍하게 내린 눈, 또 보고 싶어?’라고 말하진 말아달라. 그래도 여전히 눈 내리는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이제 완연한 봄이니 다시 눈 내리는 풍경을 즐기려면 적어도 열 달은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는 ‘스노 월드(snow world)’(http://my.dreamwiz.com/bymyside)의 첫 화면을 감상하면 어떨까. 플래시로 만들어진 첫 화면은 폭설이 내리는 숲 속에 갇힌 기차다. 눈이 점점 더 많이 내리고 결국 온 세상이 하얗게 채워지면 사이트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 스노 월드는 눈에 관한 책·영화·음악·음식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김중섭의 풍경사진(http://www.ko.wo.to)은 첫 페이지에서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고르라고 말한다. 울창한 산림, 끝을 알 수 없게 구부러진 길이다.

두 갈래 길 아래에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실려 있다. ‘단풍든 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몸이 하나니 두 길 다 가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서서 전나무 숲속으로 접어든 한 쪽 길이 안보이는 곳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길을 택하였다…’

어느 쪽을 선택할까? 오래 망설일 필요는 없다. 웹 속의 길이란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으니까. 왼쪽은 지난 해, 오른쪽은 99년에 만든 홈페이지다. 총 6백여 점의 풍경사진이 담겨 있다. 노을·바다·산·강·숲과 나무·설경 등 카테고리별로 정리돼 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매일 바라보는 거리라도 밤의 도시는 매혹적이다. 어두운 밤에 아른거리는 불빛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지. 육주형씨의 홈페이지(user.chollian.net/∼yookjh)는 세계 각국의 야경 사진을 제공한다. 사이트 디자인은 약간 조잡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국내 개인 홈페이지 중 가장 많은 야경 사진을 가지고 있다. 매주 새로운 사진이 업데이트 된다. 지역이나 키워드별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으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 흠이다.

아름답기만한 사진은 지겹다. 야생의 기운이 넘치는 생생한 사진을 보고 싶다면

내셔널지오그라픽(http://www.nationalgeographic.com)사이트를 방문하자. 이미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명성이 높은 잡지이기 때문에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주별로 테마를 정해 배경화면으로 쓸 수 있는 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사진으로 컴퓨터를 장식할 수 있다. 배경화면이 필요하다면 weekly wallpaper 코너를 클릭할 것.

자연 풍경은 사진이나 그림으로 옮겨놓으면 본래의 맛이 사라져버린다. 아름다운 풍경일수록 더하다. 너무 아름답기 때문인지 가식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사진으로 보는 자연이 전하는 색다른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풍경 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엔젤 아담스의 사진을 찾아보자.

엔젤아담스닷컴(v)에는 작가 소개와 주요 작품에 대한 해설,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숍이 있으며 이름난 작가들의 풍경 사진을 모아놓은 버츄얼 갤러리가 있다.

흑백사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엔젤 아담스의 사진은 사진의 거장들(http://www.masters-of-photography.com)이나 보미다(http://moon.interpia98.net/∼bomida)에서도 볼 수 있다.

외국 웹 사이트들 중에는 ‘텍스트’만 가득한 볼품없는 사이트들이 많다. 제 아무리 좋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무얼하나. 말이 통해야지. 하지만 아름다운 사진을 감상하는데 언어는 벽이 아니다. 멋진 자연 풍광으로 컴퓨터를 장식하고 싶다면 웹샷(http://www.webshots.com)을 이용하면 된다. 매일 새로운 사진이 업데이트된다. 이밖에도 www.pcwpaper.com 이나 www.screensaverkorea.com 등에서 자연을 소재로한 스크린 세이버를 구할 수 있다.

국외는 물론 국내 사이트들도 자연을 소재로한 사진이나 스크린 세이버는 대부분 외국의 풍광을 담은 것이 많다. 우리나라의 자연으로 컴퓨터를 꾸미고 싶은 네티즌이라면 한국관광공사(http://www.knto.or.kr)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갤러리 메뉴 안에서 스크린 세이버 1백50종을 제공하고 있다. 자연 풍경으로는 금강산·백두산·제주도·거제도 등 국내 유명 관광지의 일출·새벽 풍경 등이 있다. 미리보기 기능이 없어서 매번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사진가들의 개인 사이트를 찾아보면 좋은 사진 구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주희씨의 홈페이지(http://kim2663.hihome.com)는 보은·덕유산·금강·백두산 등 국내사진과 중국·인도·베트남·캄보디아 등 해외사진으로 나뉘어져 있다. 작가는 보은에 살고 있는데, 보은을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고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김주희씨가 찍은 사진을 보면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된다.

바탕화면이나 스크린 세이버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가면 셀 수 없이 많은 이미지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마음에 쏙 드는 사진, 사진 속 그 곳으로 가보고 싶은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된다. 정보도 없고 고도의 테크닉을 사용한 것도 아니지만 한 페이지만 있어도 충분한 웹 사이트가 있다.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이 수백 페이지로 된 책보다, 3시간짜리 영화보다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갖가지 정보로 무장한 웹 사이트들 속에서 한가로이 공원을 산책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서핑하는 것도 때로는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이소영 기자 (sogano@joongang.co.kr)
자료제공 : i-weekly (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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