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CPU 속도와 배터리 수명' 둘 다 가질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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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단위 연료당 주행거리가 긴 차를 원하면, 허머(Hummer)만큼 안전하지는 못한 경량 모델을 구매하게 된다. 노트북 컴퓨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프로세서 속도나 배터리 수명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해야지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노트북 시장은 둘로 나뉘고 있다. 데스크톱 대용으로 삼기 위해 충분한 파워를 가진 철저한 휴대용 장비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단지 무겁지 않은 노트북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텔의 한 매니저는 노트북 시장의 60%가 ''얇고 가벼운'' 부문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가벼운 노트북은 반드시 가벼운 배터리를 수반하는데, 그것은 파워가 적은 CPU를 의미한다.

이런 이율배반성은 1GHz 프로세서의 출현을 앞두고 더욱 첨예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전력 소모량이 많을수록 더 무거운 배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 무게를 줄이고 싶다면 전력 소모를 줄이도록 고안된 프로세서를 고려해야 한다.

아니면 누가 노트북으로 그렇게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인텔은 노트북이 배터리 전력으로 구동될 경우 프로세서 속도를 낮춰주는 스피드스텝 기술을 모바일 펜티엄 III 칩에 통합시켰다. 하지만 원할 경우 사용자들은 이런 기능을 무시하고 배터리를 사용해 시스템을 최고 속도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

모바일 펜티엄 III는 CPU가 사용되지 않을 경우 CPU로 가는 전력을 꺼버리는 퀵스타트(QuickStart) 기능도 갖고 있다.

프로세서가 쉬고 있을 때 인텔의 MVP(Mobile Voltage Positioning)가 꺼지면서 CPU로 공급되던 전압이 바뀌고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안내서에는 인텔의 모바일 절전 기술에 관해 더 많은 사항을 담고 있다).

휴대 장비용 절전 CPU를 구축한 것은 인텔만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회사 중 하나는 크루소 칩을 갖고 있는 트랜스메타다.

인텔의 스피드스텝과 마찬가지로, 트랜스메타의 롱런 기술도 프로세서 클럭 스피드에 변화를 주지만 전원보다는 프로세싱 요구에 대응하는 형태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쉴새 없는 CPU에 공급되는 전압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트랜스메타는 또한 기계 명령을 상당히 긴 명령어로 변형한 다음, 그것을 저장해주는 코드 형성 기술을 사용한다. 이것이 CPU의 작업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런 기술 전체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타이핑할 때 키를 누르는 사이의 시간은 컴퓨터 프로세서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처럼 보인다. 그리고 작업과 작업 사이에 칩 속도를 낮춰주는 것이 전력을 상당히 절감시켜 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는 일이다.

인텔측에 따르면, 절전 기능은 노트북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를 3와트 이상에서 1와트나 0.5와트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CPU는 전체 노트북에서 일부를 차지할 뿐이다.

만약 이와 비슷한 절전을 전면적으로 가능케 하고 전체 노트북의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배터리 무게를 줄이거나 아니면 배터리 수명을 몇 배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배터리 절전 구도가 안고 있는 한 가지 문제점은 실질적인 혜택을 어떻게 측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노트북 배터리 수명은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높다. 지프 데이비스 배터리마크같은 다른 벤치마크는 ''현실세계'' 조건을 모델로 삼는다.

일반적인 사용자들이 타이핑에 소비하는 시간이 얼마인가? 그들의 타이핑 속도는 얼마이며,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가?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는가(노트북을 계속 작동시키려고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키를 누르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사용자들은 프로세서 집약적인 DVD 영화를 볼 것인가, 아니면 CPU에 부담을 주지 않는 웹 서핑을 할 것인가?

벤치마크 결과를 지나치게 중시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각자의 경험이 어떨지를 믿을만하게 측정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량 구매 전에 샘플들을 실제로 테스트할 정도로 독자의 조직이 크다면, 발표된 벤치마크 결과보다 더 유용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

하지만 더 큰 의문은 이것이다. 만약 배터리로 작업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배터리 전원을 사용하는데 노트북의 클럭 스피드가 떨어진다면, 전원에 꽂아서 쓸 때 얻을 수 있는 속도때문에 왜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가?

속도가 낮은 프로세서를 가진 노트북이야말로 처음에 시작하기에는 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요점은 이것이다. 만약 상당 부분의 시간을 배터리로 작업한다면, 필요한 수준 이상의 클럭 스피드에 돈을 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워드프로세싱, e-메일, 웹 접속에는 높은 클럭 스피드가 필요치 않으며 전력과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최선의 방법은 가장 적당한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이다.

좀더 느린 CPU는 용인할 만한 성능과 더 오랜 배터리 수명을 제공해줄 것이다.

Alfred Poor (Enter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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