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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스급' 타던 사람들, 중고차로 선택한 차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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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럽발 금융위기가 이어지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축소 지향’이 뚜렷한 소비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

 15일 중고차 전문 쇼핑몰인 ‘SK엔카(http://www.encar.com/)’의 6월 거래 내역 분석 결과, 꼭 필요한 경우에는 지갑을 열되 과시성 차 구입보다는 수준에 딱 맞는 차량을 구입하는 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과는 달리 대리점 등을 거치지 않고 개인 간 거래가 바로 이뤄지는 만큼 시장 상황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

거래 내역에 따르면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델인 뉴모닝은 지난달 올 들어 처음으로 거래 대수 기준 4위에 올랐다. 6월 한 달 동안 417대가 팔렸다. 뉴모닝의 경우 매월 평균 8~9위권에 머물다가 순위가 크게 뛰어오른 것이다. 대신 항상 5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렸던 아반떼HD는 지난달 8위(거래대수 386대)에 그쳤다. SK엔카 임민영 팀장은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준중형차의 수요 계층은 경차로, 대형차 수요층은 중형차로 구입 차량의 크기를 줄여가는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 단계 아래’를 고르는 경향은 중대형차 구매에서도 뚜렷했다. 매월 판매 순위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렸던 대형 세단인 현대 에쿠스가 지난달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린 것도 같은 이유 때문으로 중고차 업계는 보고 있다. 대신 그랜저TG(2위·550대 판매)나 SM5(3위·526대 판매) 같은 중형 세단은 변함없는 인기를 누렸다. 5월만 해도 20위권 밖이었던 준대형 차량 현대 제네시스도 지난달 SK엔카에서만 307대가 팔리면서 19위에 올랐다.

 같은 중고 중형차를 사더라도 구매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특징이다. 그랜저TG의 경우 지난달 엔카에서만 조회건수가 38만 건에 달했다. 임 팀장은 “새로운 차량이 입고될 때마다 가격과 차량 상태를 구입 직전까지 꼼꼼히 점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축소 지향의 실속형 소비는 신차 시장에서도 두드러졌다. 한국GM의 경차인 스파크는 올 상반기에만 국내 시장에서 3만2919대를 팔았다. 이 회사 상반기 전체 내수 판매량(7만1506대)의 46%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GM은 스파크를 포함해 11개 차종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특히 스파크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3월 이후 매월 6000대 이상이 팔리며 뚝심을 뽐냈다.

  경쟁사인 기아자동차가 올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차종도 경차인 모닝(4만7224대)이었다. 이는 이 회사의 올 상반기 국내 판매 차량(23만9138대) 중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아차의 또 다른 경차 모델인 레이도 2만7057대나 팔렸다.

  비슷한 소비 패턴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외제차 수요층에서도 나타났다. 수입차치고는 차값이 비싸지 않고 연비가 우수해 인기를 끄는 BMW5 시리즈는 올 상반기에만 국내에서 6990대가 주인을 만났다. BMW가 국내에서 판 물량 중 48.16%가 5시리즈다. 고급차의 대명사로 통하는 벤츠S 클래스 차량은 같은 기간 동안 936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나 수요가 줄었다.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C220 CDI가 지난해보다 3.3배나 많은 780대나 팔리면서 벤츠의 인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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