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로 접근한 대선 슬로건 기사 돋보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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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호 30면

7월 8일자 중앙SUNDAY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1면의 ‘역대 선거 슬로건 단골 키워드 20’이라는 그래픽이었다. 역대 대선·총선·지방선거에 등장한 슬로건 5만여 개를 분석한 것으로, 대선을 앞두고 독자들에게 거시적인 시각을 제공한 좋은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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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란히 실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이 그래픽보다 더 크게 게재돼 시선을 분산시키는 아쉬움이 있었다.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하나의 정보에 초점을 두고 강조하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국내 대선에 초점을 두어 이 그래픽을 크게 키우고 색깔도 넣었다면 좀 더 독자들의 시선을 끌지 않았을까 싶다.

이 그래픽과 함께 실린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한마디 대선 슬로건 전쟁 막올랐다’도 좋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빠른 확산으로 인해 후보들의 슬로건이 갖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점에 착안한 게 돋보였다. 3면으로 이어진 기사에선 역대 대선 슬로건과 18대 대선 주자들의 슬로건을 분석했다. 다수의 일간지에서 대선 주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둔 다소 지루한 기사를 양산한다는 점과 비교할 때 보다 큰 틀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전략이 눈에 띄었다.

‘해저터널로 몰디브 인공섬 오가며 라운딩’은 앞서 대선과 글로벌 경제위기 관련 기사를 보며 다소 경직됐던 마음을 풀어주었다. 나는 사실 골프 기사엔 관심이 없는 편이다. 박세리 선수 못지않은 튼실한 하체 때문에 골프했으면 잘했을 것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한두 번 무식하게 골프채를 휘둘러본 게 전부다. 그런데도 해저터널을 오가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몰디브 골프장에 대한 기사는 눈에 쏙 들어왔다. 너무 많은 여행객으로 인해 몰디브의 쪽빛 바다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들은 후로 몰디브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았었는데, 그 환상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S매거진에서 다룬 ‘명품 모터바이크 두카티’ 덕분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행사에 대해 흥미로운 상상을 해볼 수 있었다. 월드 두카티 위크 행사에 참여한 이들이 바이크를 함께 탈 여자 친구가 없을 때 여자 마네킹을 태우기도 하고, 미녀들과 함께 바이크 워시를 할 수 있는 곳에는 남자들이 바글바글하다는 등의 얘기가 재미있었다.

다만 모터바이크라는 다소 전문적인 영역을 다룬 기사인 만큼 ‘바이크 워시’와 같은 영어 표현이나 ‘이몰라 200밀리아 경주’와 같이 일반 독자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대회 명칭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행사 현장 사진보다는 모터바이크 사진이 주를 이뤘는데, 현장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을 더 많이 싣는 게 나았을 법했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자 장마철이다. 비가 올 때면 서민들은 파전에 막걸리를 떠올리곤 한다. 술에 비유하자면 S매거진은 막걸리보다는 고급 양주에 가까워 보인다. 잘 빠진 명품 모터바이크가 시선을 끌긴 했지만, 시간과 돈의 제약으로 인해 휴가를 접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막걸리 한 잔 걸치는 서민들의 이야기도 실었으면 한다.



권수미(번역가)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 호주 매콰리 대학교에서 ‘사이버 문화와 법’ 석사 과정을 밟은 후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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