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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들 연 12만t 먹어치워” “무차별한 포획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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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울산 남구 장생포항 주민들이 9일 장생포항 고래박물관 앞에서 정부의 과학연구 목적의 포경 방침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울산시 남구 장생포항. 고래고기식당 20여 곳이 몰려 있는 도로변에 ‘정부포경재개 환영’이라는 펼침 막 10여 개가 걸려 있었다.

 부산지역 일간지에는 9일 ‘포경어업 재개를 위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부산시수협, 대형선망수협, 경남정치망수협 등 부산지역 7개 수협조합장이 공동으로 낸 광고였다. 부산지역 수협조합장 협의회 총무인 김정길(60) 1·2구 잠수기수협 조합장은 “멧돼지들이 늘어나 농작물을 망치면 자치단체가 포수들을 동원하듯이 정부가 어자원을 고갈시키는 고래를 솎아내 달라는 호소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과학연구 목적 포경(捕鯨) 방침을 최근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발표한 뒤 부산·울산·경남 지역 어민단체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해 논란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남구 장생포항은 1986년 IWC가 상업포경을 금지할 때까지 국내 유일의 포경전진기지였다. 김두겸(54) 울산 남구청장은 “우리의 해양문화 계승을 위한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어민단체들은 이번조치가 어자원 고갈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래는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먹어 치운다. 길이 8~9m에 몸무게 10t짜리 밍크고래의 경우 하루 400~600㎏의 멸치·크릴 등을 먹어야 한다. 길이 2m인 몸무게 130㎏짜리 참돌고래는 하루 5~6㎏의 청어와 오징어, 고등어 등을 먹는다.

 부산수협은 고래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연근해의 연간 어획고 123만t 중 약 10%인 12만t(4380억원어치)을 고래들이 먹어치운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고래들이 그물을 공격하는 어구파손 피해도 호소하고 있다.

 대형선망수협의 경우 길이 1~1.3㎞, 너비 150~200m인 그물 1개의 가격은 4~5억원. 대형 선망은 배 2척이 어군을 빙 둘러싸며 그물을 친 뒤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이렇게 조업하다 보니 그물 가운데 고래가 들면 그물 훼손을 막기 위해 조업을 중단하고 고래를 풀어주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다 잡아놓은 고기를 풀어줘야 하는 데다 조업비용이 늘어난다. 또 그물 속에 들어있는 고기를 잡아 먹으려는 고래들의 공격으로 파손되는 정치망 그물도 많다.

 고래연구소는 현재 동해에 밍크고래 600마리, 참돌고래 3500마리, 낫돌고래가 3000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과학연구 조사용 포경은 내년 하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 남구청이 50억원을 들여 지을 예정인 고래위생처리장이 내년 하반기에 완공되기 때문이다. DNA 검사실을 갖추고 고래를 위생적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포경반대 목소리도 높다.

 울산 환경운동연합은 “2009년 여론조사에서 국민 67.9%가 포경에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오경애 사무처장은 “솎아내기 포경이나 과학연구용 포경을 허용할 경우 포경금지대상 고래까지 무차별 포획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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