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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웨이보와 외교를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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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권력 세기로 유명한 중국 공무원들도 무서워하는 게 있다. 첫째가 ‘웨이보(微博·트위터)’요, 둘째가 ‘신팡(信訪·신문고)’이다. 전자는 민(民)의 칼이고 후자는 관(官)의 칼이다. 며칠 전 신팡 처리를 맡고 있는 한 공직자와 저녁을 하다 물었더니 요즘은 첫째도 둘째도 웨이보가 가장 무섭다고 했다. 신팡은 당 기율위 감찰부에서 담당하는데 전국 공무원들의 무능 행정과 비리가 접수되는 첫 창구다. 베이징(北京)의 경우 매월 3000여 건을 처리한다. 말하자면 현대판 암행어사다. 한데도 웨이보가 이보다 무섭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웨이보의 힘은 궈뤼(過濾·필터링)의 반작용에서 나온다.” 중국 중앙TV(CCTV)의 한 사회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제도권 언론이 모두 감시를 당하니 상대적으로 감시가 어려운 웨이보에 대한 중국인들의 집중·응집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웨이보는 2억5000만 개. 지난해 대비 세 배 늘어난 숫자다. 이런 추세면 연말에 3억 명을 넘을 게 분명하다.

 웨이보의 힘은 최근 쓰촨(四川)성 스팡(什<90A1>)이라는 곳에서 폭발했다.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은 구리합금 공장의 기공식 직후 대학생 몇 명이 웨이보에 환경문제를 지적했고 이어 1만 명이 넘는 주민시위로 확산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장건설 취소 정도로 봉합됐을 문제가 이번에는 당서기 면직으로까지 이어졌다. 행정무능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중국 개혁개방 30년 동안 중앙정부 허가를 받은 공장건설을 막고 행정 최고 책임자를 낙마시킨 권력은 웨이보가 유일하다. 사정이 이러니 중국 각 행정단위의 인터넷 사이트는 정무웨이보로 대체되는 추세다. 지방 31개 성과 자치구, 직할시가 모두 웨이보를 통해 대민 접촉을 하고 있다. 각 직종별 지도자 10만여 명 역시 개인적으로 웨이보로 주민들과 소통한다. 이 정도면 웨이보는 이미 공산당에 버금가는 또 다른 권력이다. 당연히 국내 문제를 넘어 국제 문제로 영향력이 뻗치고 있다. 지난 5월 북한 괴선박이 중국 어선 3척을 납치했을 때 북한이 조건 없이 선원들과 배를 되돌려 보낸 데는 웨이보에서 쏟아지는 대북비난 여론이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게 대표적인 예다.

 외교통상부가 지난달 중국의 파워 블로거 15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중 네티즌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 남자의 권위주의에 대한 격론도 벌였다고 한다. 웨이보를 공공외교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경제든, 국방이든, 문화든 모든 분야에서 웨이보를 외교파트너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 내 전문 조직도 필요하다. 기업 역시 ‘웨이보 경영=생존’이라는 등식을 고민해야 한다. 주중 미국 대사관이 10명이 넘는 인력으로 구성된 웨이보 담당 공공외교팀을 따로 두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볼 일이다.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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