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연극 국내공연 꼬리물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 밤 한국예술종합학교 4층 KNUA홀. 이곳에선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인형극 공연이 펼쳐졌다. '분라쿠(文樂)' . 가부키(歌舞技).노(能)와 함께 일본의 3대 전통극으로 꼽히는 분라쿠는 대본을 읊는 '다유(大夫)' 와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일본 전통악기 샤미센(三味線), 인형극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종합예술이다.

인형은 각기 세명의 남자에 의해 얼굴과 오른팔.왼팔.다리 등 부위별로 조종된다. 놀라운 사실은 키가 1m 남짓한 인형의 얼굴이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 눈동자를 굴리는 것은 물론, 분노와 슬픔.기쁨을 표현할 수 있다.

"인형의 꼼꼼한 바느질 동작까지 표현해내야 하는 인형조련사가 되려면 적어도 15년 이상 수련해야 한다" 는게 행사를 주최한 일본 국제교류기금측의 설명이다.

특이한 점은 이날 공연장을 가득 메운 젊은 관객들이다. 국내 공연예술가들은 물론, 입석표를 든 젊은 학생들이 '고전중에 고전' 인 분라쿠공연을 보기 위해 곳곳에 서성이고 있었다.

사실 최근 국내공연계에서 일본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본격적인 한.일문화교류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일본작품의 공연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으며,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전년대비 공연작품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연극의 경우 올들어 외국단체의 내한공연이 전무한 상황에서 일본에서는 와라비좌.가제노코규슈 등 5개단체가 공연을 마쳤다. 매달 평균 2개 이상의 일본작품이 소개되고 있는 셈이다.

오는 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한.중.일합동 '슈퍼 손오공' 도 일본 가게보우시극단이 주축이 돼 만든 작품이다.

이들 일본작품들의 공연은 대체로 관객동원면에서 성공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달말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가제노코규슈의 경우 20회 공연 전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고 와라비좌의 '히비키' 도 입장료가 2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는데도 흥행에 성공했다.

주최측인 예술의전당은 "96년 내한공연때 관객 반응이 좋아 초청했다. 관객의 상상력과 자극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면서 "소극장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1천만원의 순수익금을 남겼다" 고 소개했다.

일본작품들이 국내시장에서 무리없이 소화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시장분석과 한.일 두 나라가 갖는 문화적인 동질성, 그리고 일본정부의 재정지원' 을 꼽는다.

실제로 2000년도(2000년 4월부터 2001년3월까지)일본국제교류기금의 한국공연 지원건수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구보 가즈아키 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소장은 "공연.전시 등 문화사업 지원금은 연간 전체지원총액(약 4억엔)의 2.5%에 불과하지만 그 수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면서 "그간 보이지 않는 제약으로 정체됐던 양국간 문화교류가 일본 대중문화개방 등의 기운을 타고 봇물터지듯 증가한 것 같다" 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