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추가인하 앞둔 미국… 시장 '시큰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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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욕 맨해튼 월가는 코 앞에 닥친(한국 시간 21일 새벽)연방준비제도이사회(http://FRB.www. federalreserve. gov)의 연방기금 금리(현재 연 5.5%)인하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인하는 기정 사실로 돼 있고 인하폭(0.5 또는 0.75%포인트)이 논란거리다. 지난 1월에 두번에 걸쳐 0.5%포인트씩 금리를 낮춘 사실을 감안하면 보통 큰 폭이 아니다. 소폭의 금리조정만으로, 아니 그런 걸 시사하는 발언 만으로도 거대한 미국 경제를 요리하던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었다.

그래서 최근 그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1월 3일 전격적인 금리인하 조치가 뒤늦게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그토록 갑작스레 인하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손을 늦게 쓴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1월 중 큰 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계속 떨어져 1월 말 2, 773이던 나스닥지수는 지난 금요일(16일)1, 891로 마감했다. 6주만에 32%가 떨어진 것이다.

금리인하의 '약발' 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투자자들은 그린스펀이 경기침체를 막을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투자자들이 FRB와 그린스펀이 미 경제와 증시를 떠받칠 대안이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떤 전문가들은 FRB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지난해 상반기 세차례나 금리인상을 단행해 통화공급을 지나치게 줄인 것이 화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이 전 같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은 그의 발언도 들먹인다. 지난 1월 중순 '제로성장' 운운했다가 보름만에 "미국 경제는 침체기에 있지 않다" 고 말한 것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에는 "미 경제의 급격한 둔화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 말해 추가 금리인하를 강력히 시사했다. 그러나 정기 금리조정회의가 열리는 20일까지도 아무런 추가 조치도 없었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만 잔뜩 부풀려 놓아 주가의 낙폭만 키운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린스펀은 "FRB의 고유 임무는 주가를 부양하는 게 아니라 실업을 줄이고 인플레를 억제하는 일" 이라는 지론을 폈다. 투자자들의 오판으로 인한 투자손실을 금리인하로 구제해야 한다는 발상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곧 결정될 인하폭에 대한 시장반응도 그리좋은 편이 아니다. 0.5%포인트 인하할 경우 이미 시장에 반영돼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으며, 0.75%포인트가 될 경우 "그 정도로 미국 경제가 심각한가" 라는 우려를 낳아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월가의 투자전문가들은 FRB가 이번 금리인하 말고도 오는 6월까지 추가 인하 조치를 통해 연방기금 금리를 연 4.5%로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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