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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특파원 되려면 한국의 역사·문화부터 잘 알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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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아리랑국제방송 손지애 사장은 신동훈군에게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모국인 한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춰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아리랑국제방송(Arirang TV)을 찾은 신동훈(영훈국제중 1)군이 손지애 아리랑국제방송 사장에게 책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2』를 건넸다. 손 사장이 다른 명사들과 공동저자로 삶의 경험을 적은 책이다. “학생 기자 활동을 하며 외국 특파원을 꿈꾸고 있다”는 신군에게 손 사장은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모국인 한국에 대한 지식과 경험부터 갖출 것”을 당부했다.

동훈=해외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외신기자를 어떻게 하시게 됐나요.

손=어렸을 때 친구 집에 가면 책장에서 책을 꺼내보길 좋아했어요. 그때부터 제가 책과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죠. ‘(사람을 만나는) 기자가 내게 잘 맞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고교 때 영자신문부에서 활동했고, 대학 4학년 땐 영자 잡지사에서 스펠링을 점검하고 번역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런 경험이 진로 선택에 영향을 줬어요. 졸업하자마자 잡지사(비즈니스 코리아)에 취재기자로 입사했죠. 한국 기업의 활동을 영어기사로 쓰는 일이었어요. 경험을 쌓고 뉴욕타임스·LA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유수 해외 언론사에 이력서를 넣었어요. 그 중 뉴욕타임스가 한국 특파원을 제안해 왔어요.

동훈=1995년 CNN 서울지국장으로 일하셨죠.

손=CNN과의 인연은 김일성 사망 사건이 결정적이었어요. 김일성 사망 소식을 미국에 전할 기자가 CNN에 하나도 없었던 거예요. 해외 언론사는 특파원이 없을 땐 현지 기자를 활용하는데 내게 리포트를 요청하는 전화가 왔어요. 그 일이 연이 돼 한국에 사건이 있을 때마다 CNN 리포팅을 하게 됐죠. 당시엔 가스관 파괴, 성수대교 붕괴 등 한국에 큰 사건·사고가 많았거든요. 이 때문에 CNN이 서울에 지국을 열기로 결정하고, 내게 CNN 한국지사 특파원 겸 지국장을 맡기게 된 겁니다.

동훈=삼풍백화점 붕괴 취재 때는 어땠나요.

손=7월 1일에 CNN에서 근무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이틀 전인 6월 30일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거예요. 사무실 개소식차 이동 중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났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소름이 끼쳤죠. 퇴근시간이라 모든 언론사의 취재차가 도로에 끼여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어요. 고심 끝에 사이렌을 달고 삼풍백화점 방향으로 역주행을 했죠. 현장에 도착했는데, 아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눈앞에 전쟁 현장이 펼쳐져 있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거예요. 회색 먼지가 눈 내리듯 떨어지고 피 흘리는 부상자와 붕괴된 건물 모습이 눈앞에 정지된 화면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속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2~3주를 살면서 뉴스 오프닝을 장식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동훈=외국 언론사에서 일하려면 어떤 영어 능력을 길러야 할까요.

손=좋아하는 모든 걸 영어로 해 보세요. 영어책을 많이 읽는 것만큼 도움 되는 게 없어요.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ESPN(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을 보세요. 좋아하는 대상으로 익히면 영어가 생활 속으로 들어와요. 아시아 속의 한국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해요. 외국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해외 언론사나 글로벌 기업이 한국인을 채용할 때 기대하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뿌리에 대한 지식을 얼마나 지식을 갖고 있나예요. 역사·문화를 비롯해 다른 외국인이 갖지 못한 한국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는 나만의 자산입니다. 외국 사람이 ‘너희 나라에 왕따 문제가 있다며’라고 질문했을 때 이를 잘 설명하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한국 사회는 어떠하며, 왕따 문제는 왜 발생했는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심각성은 어떤지 모두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코리아가 하나의 부가가치가 된다는 점을 영어로 공부했으면 해요.

동훈=국내 언론사와 해외 언론사에서 일하는 것의 차이가 있나요.

손=한국을 세계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게 돼요. 김정일 사망을 다룰 때도 한국인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하는지를 12시간 넘게 생방송했어요. 한국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 시청자에게는 좋은 생각을 심어주고,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청자에겐 그 감정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특파원의 일이라고 봅니다.

글=김슬기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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