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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특권 버리겠다는 의원들 … 자기 목 방울달기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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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 달 세비로 1000만원 이상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각종 고문료, 수임료 명목으로 쏠쏠한 수입을 올려오곤 했다.

 일부는 거액을 챙겨 구설에 올랐던 일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8대 국회에서 한 의원은 변호사 수임료 등으로 6억여원을 벌었고, 다른 변호사 출신 의원도 8억가량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이었던 변호사 출신 의원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로펌을 통해 병원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약제비 반환소송을 싹쓸이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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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들도 변호사 못지않은 ‘특권’을 누려왔다. 상당수 교수들이 ‘폴리페서’란 비판을 받으면서 출마했다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학교를 장기휴직하고, 낙선하면 대학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이런 특권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의원의 겸직(兼職)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무보수·공익 활동을 제외한 모든 직업의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24일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겸직 금지, 연금법 등 여러 문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대통령,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부투자기관 임직원, 교원 등만 겸할 수 없고 변호사 업무 등은 수행할 수 있다. 사실상 ‘투잡’을 허락해 놓은 거다. 국회사무처가 내놓은 ‘19대 국회의원 겸직 신고 현황’에 따르면 19대 의원 300명 중 94명이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겸하고 있었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이 52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 37명, 선진당 3명, 통합진보당 1명, 무소속 1명 순이다. 이 중 변호사와 교수가 각각 42명, 15명으로 다른 직업을 압도했다.

 겸직이 아예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겸직 신고가 의무가 아닌 자율 규정이라서다. 18대 국회의원이었던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해 1월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3년 남짓 재직하며 매월 200만원씩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에 ‘이해당사자’인 법조인 출신 의원이 다수 포진할 것으로 예상돼 개정안 통과가 쉽진 않을 전망이다. 과거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끝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폐기된 적이 있다. 17대 국회에서 겸직 금지 법안을 제출했던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동료 의원들로부터 ‘세상 물정 모른다’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며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해 법안 처리에 전혀 진척이 없었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세비 반납은 (의원당) 수천만원 정도가 걸려 있는 문제지만 겸직은 (돈의) 단위가 다르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만들어도 변호사들 천지인 법사위로 가면 발이 묶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양원보·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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