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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강제해산 스케치] 저녁식사 틈타 기습진입

중앙일보

입력

19일 오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대한 경찰력 투입은 노조원들의 방심을 틈탄 기습적인 해산 작전이었다.

경찰은 노조의 방어가 허술한 저녁 식사 시간을 이용해 병력을 투입해 1시간30여분 만에 노조원 대부분을 공장밖으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은 바리케이드를 친 채 불을 지르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맞섰으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서문과 동문.담장 등을 넘어 공장 밖으로 달아났다.

○…이날 경찰은 헬기 2대가 농성 해제 촉구 안내방송을 하는 가운데 대형 포클레인 2대 등 중장비 8대로 정문 옆 담장 등을 부수고 진입하면서 5개 출입문으로 인천.서울지방경찰청 소속 35개 중대 4천2백여명을 일제히 투입했다.

경찰은 부녀자와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여성 기동대 30여명을 별도로 구내식당 농성장에 투입, 부녀자 15명과 어린이 11명을 공장 밖 버스에 옮긴 뒤 안전하게 귀가시켰다.

일부 노조원 부인은 여경들에 의해 버스로 이송되는 도중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노조원 6백50여명이 농성장 주변 등에 있었으나 경찰이 워낙 많이 투입돼 속수무책이었다.

이 때문에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노조원들은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해산됐다.

경찰의 이같은 대규모 병력 투입은 공장 곳곳에 인화물질이 많기 때문에 작전을 신속히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대형 화재와 인명피해 등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경찰이 당초 예상을 깨고 대우차 농성장에 병력을 앞당겨 투입한 것은 사태의 조기 마무리를 통해 이번 농성이 노동계 전반에 확산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부도가 난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에서도 밀릴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부문별 구조조정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날 정리해고 통보가 거의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농성 참가가 예상보다 시들했고 군산.창원 공장도 정상 가동하는 등 동조 파업 열기가 낮았다는 점도 조기 공권력 투입 결정의 요인이다.

○…이날 군산.창원공장 노조는 20일 2시간.4시간씩 부분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회사측이 파업 조합원들을 엄정히 처리한다는 강경 방침을 밝혀 참여 숫자나 강도는 미지수다.

대우차는 이번 경찰력 투입으로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매듭지어지면 관계사 통폐합 등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제너럴 모터스(GM).피아트 컨소시엄과의 매각 협상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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