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 팔리는 부실금고… 공적자금 새 부담

중앙일보

입력

20개 부실금고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공적자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부실금고가 계획대로 팔리지 않으면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으로 예금자 돈을 대신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0개 매각대상 부실금고 중 첫 매물로 내놓은 흥성(인천).한양금고(제주)를 청산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5일에 이어 7일까지 입찰 신청을 연기했지만 신청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9일 매각 설명회를 하는 동방(서울).정우(인천)금고 매각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20개 금고가 하나도 팔리지 않을 경우 이들 금고의 1월말 현재 총수신 2조9천억원 중 거의 대부분을 공적자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며 "추가 조성한 40조원의 공적자금 중 금고에 배정된 3조4천억원이 바닥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이처럼 부실금고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우선 정부가 지난해 말 금고의 예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영업정지 중인 금고에서 예금자에게 1인당 2천만원까지 가지급금을 주도록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부실금고를 인수하려면 가지급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데 인수하려는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흥성금고의 경우 인수가액은 1백18억원인데 가지급금이 2백44억원, 인수가액이 20억원인 한양금고는 가지급금이 2백18억원으로 더 많다.

금감원은 1월 말 현재 가지급금이 4천3백억원이며, 앞으로 최소 2천억원 이상이 더 지급될 것으로 추산했다.

정현준 게이트 등으로 금고의 신인도가 떨어지고 예금자보호법의 영향으로 안전성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영업 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부실금고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고가 매물로 나오면 이를 인수해 자금조달 창구로 삼으려는 벤처기업가들이 몰렸지만 정부가 대주주의 불법대출을 원천 봉쇄하면서 최근 매각설명회에는 기업인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다.

이처럼 금고 매각이 부진하자 금감원은 우선 인수자에게 부담이 되는 가지급금 상환을 몇달간 유예하거나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예금보험공사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가지급금 상환을 유예했다가 금고가 추가 부실화하면 이는 고스란히 공적자금으로 메워야 하는 만큼 국민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며 상환유예 등의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