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칼 굵기 10만분의 1 … 세계 최소 오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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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마크 모양의 탄화수소 분자 ‘올림피센’의 분자 구조. [사진 영국 왕립화학회]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올림픽 마크가 탄생했다.

 영국 왕립화학회는 29일(한국시간) “워릭대 연구팀이 오륜 마크 모양의 탄화수소 분자(C19H12) 합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왕립화학회는 IBM 취리히 연구소가 원자간력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으로 촬영한 분자 사진도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합성된 이 분자는 탄소 원자 6개로 구성된 6각형 고리가 위쪽에 3개, 아래쪽에 2개 붙어 있다. 너비는 1.2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이다. 이 화합물은 ‘올림피센(Olympicene)’으로 명명됐다. ‘올림픽’과 탄소이중결합 분자를 뜻하는 접미어 ‘엔(ene)’의 합성어다.

 오륜 마크를 닮은 새 분자의 합성은 가벼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왕립화학회 회원인 그레이엄 리처즈 전 옥스퍼드대 화학과 학과장은 “화학회 회의에서 런던 올림픽을 기념할 만한 일을 해보자는 말을 꺼낸 게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가볍지 않다. 산업적 응용 가능성도 크다. 워릭대 연구팀의 데이비드 폭스는 “이 화합물은 흥미로운 전기적 성질을 띤다”며 “차세대 태양전지나 LED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중간 결과가 온라인에 공개돼 전 세계 화학자들의 조언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인터넷 유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이미지 무단 사용이라고 소송을 걸지 않을까”라고 조크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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