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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정유 ELS, 원금 손실 ‘발등의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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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유럽 경제 불안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금 손실 구간에 바싹 다가선 종목형 ELS가 속출하고 있다.

 17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최근 상당수의 ELS가 손실 구간에 근접했다. 국내에서 발행된 ELS의 대부분은 ‘스텝 다운’ 구조다.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만기에 정해진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의 ‘반 토막’이 되지 않는 한 수익이 난다.

 그런데 요즘 반 토막에 가까운 종목이 많아졌다. 특히 일부 화학·정유주가 위험권에 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크게 올랐으나 하반기에 급락, 여전히 값이 회복되지 않은 종목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주가가 21만~23만원일 때 ELS가 주로 발행됐다. 설정 당시 주가의 60%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이 난다고 가정할 때 13만80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 16일 종가가 13만5500원으로 이미 예상손실구간에 진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관련 ELS가 207건 발행될 정도로 기초자산으로 자주 쓰인 종목이다. 호남석유화학은 손실발생구간이 집중된 23만4000원까지 0.6%, SK는 1%만 남았다.

 손실 위험이 높은 ELS의 대부분은 올 초 발행된 것이다. 성수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1년 초 발행된 ELS 중 조기 상환되지 않고 남은 일부와, 올 초 발행된 ELS가 주로 손실 발생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대거(19조3000억원) 발행됐던 ELS의 상당수는 하반기 주가가 급락하면서 손실구간에 진입해 상환됐다. 또 2011년 하반기 발행 물량(15조1000억)은 올 초 주가가 반등할 때 상당수 조기상환됐다. 특히 올 1분기 8조3000억원어치의 ELS가 조기상환돼 고점을 찍었다.

 다만 ELS에서 실제로 원금 손실이 생길 확률은 이전보다 한층 줄었다. 성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안전장치를 높인 ELS가 많이 나와 손실 발생 빈도가 훨씬 낮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는 ‘리저드’(도마뱀), ‘에어백’, ‘라이프재킷’(구명조끼) 등의 이름이 붙은 신종 ELS를 내놓고 있다.

리저드는 만기(3년)의 절반이 지나도록 조기상환이 되지 않으면 최고 수익의 반을 지급하고 상환되는 것이다. 만기까지 가다가 원금 손실이 날 가능성을 도마뱀이 꼬리 자르듯 중간에 자른다는 것이다. ‘라이프재킷’ ELS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이 늦어질 때마다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기준 주가도 2%포인트씩 따라 낮춘다. 이 밖에 발행 당시 주가의 35% 밑으로만 안 내려가면 원금을 까먹지 않게 한 ELS도 나왔다. 발행 뒤 6개월이 지나고 기초자산 두 종목이 모두 처음보다 5% 이상 오르면 채권형으로 바뀌는 ELS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지수형 ELS가 늘어난 것도 손실 위험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2009년 전체 발행된 ELS 중 46%에 그쳤던 지수형 ELS는 올 4월 82%까지 늘었다.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위험하다는 것을 ‘학습’한 투자자가 지수형을 선호한 결과다.

손실 구간(Knock-In Barrier)

ELS 구조상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주가 수준을 말한다. 투자 기간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이 밑으로 떨어지고, 만기까지 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만기 지수 하락률만큼 ELS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반대 개념인 녹아웃배리어(Knock-Out Barrier)는 수익률이 확정돼 조기 상환이 가능해지는 주가 수준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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