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63개사, 20년 내리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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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이 두번 변한다는 20년. 외환위기 이후 웬만한 기업들은 한해 흑자 내기에도 급급한 판에 증권거래소 상장회사 7백4개 가운데 63개사는 20년 동안 한해도 적자를 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사실은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의뢰해 1981~99년 19년간 국내 전체 상장사의 당기순이익 실적을 분석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아직 결산자료가 나오지 않은 2000년도 실적은 한화증권이 흑자 여부를 추정했다.

대한상의 엄기웅 조사본부장은 "80년대 초의 마이너스 경제성장과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흑자를 이어온 비결을 다른 업체들이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 경쟁력 갖춘 전문업체〓대부분 무리한 사업다각화 대신 자기 업종 안에서 안정적 내수기반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증권의 윤형호 기업분석팀장은 "한두 가지 업종에 특화해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경쟁업체들이 쉽사리 따라잡기 어려운 경쟁력을 갖췄다" 고 평가했다

업종내 대표기업으로 자라온 하이트맥주.농심.유한양행.태평양.삼천리.영풍 등 중견기업들이 좋은 예다.

건설업이 어렵다지만 대림산업.LG건설.두산건설.삼부토건 등 일부 건설사는 외형보다 내실을 다지면서 20년간 흑자를 이어왔다. 금융업종으로는 삼성화재가 유일하게 명단에 들었다.

20년 흑자 기업들은 거의 전통 제조업종으로 성장성이 정보통신(IT)관련 기업보다 낮게 평가돼 대개 증시에서 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가 낮은 기업들로 꼽힌다.

◇ 몸집보다 내실〓외형 확장보다 안정성장을 도모한 중견기업들이 많다는 것이 큰 특징. 자본금 7백50억원을 넘는 대형주 기업들은 16개인 데 비해 자본금 3백50억원 미만 소형주 기업이 42개로 세배 가까이 됐다.

자본금이 적은 기업의 경우 태광산업.종근당.동양제과.삼천리.롯데칠성음료.대한제분.샘표식품 등 낯익은 이름이 많았다.

음식료.제약.섬유 등 경기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경기 방어주' 인 것이 특징이다.

규모가 큰 기업으로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종합상사.SK글로벌 등 한국경제의 수출을 주도한 삼성.현대.LG.SK 관계사들이 골고루 포함됐다.

◇ 현금 많고 부채비율 낮아〓수익성을 뜻하는 유보율(자기자본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을 보면 지난해 6월말 현재 태광산업은 무려 1만6천6백%에 달했고 롯데제과 5천6백%, 롯데칠성음료 5천1백%, 남양유업 5천7백%, 영풍 5천5백% 등이었다.

유보율이 높은 것은 은행차입이나 대규모 유상증자보다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안정성장을 추구한 기업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부채비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상반기 현재 BYC가 34.5%에 불과했고 태광산업 49.7%, 영풍 45.7%, 신영와코루 44.7% 등이었다.

특히 BYC.남양유업은 금융비용이 제로인 무차입 경영을 실현해 현금이 부채보다 많은 기업으로 꼽혔다.

이정조 향영21C리스크컨설팅 사장은 "이런 기업들은 외환위기처럼 극도의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이 와도 영업이익 이외에 현금이나 이자수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안전판을 갖췄다고 본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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