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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이감독의 애니메이션화된 실사영화 '아발론'

중앙일보

입력

실사영화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감독이라 불리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애니메이션 같은 실사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공각기동대' 이후 5년간의 공백을 깨고 내놓은 작품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형식자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아발론'(Avalon)
.

감독 스스로도 "앞으로 다가올 21세기의 새로운 영화"라 말할 정도로 낯선 형식의 이 작품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완벽하게 결합할 수 있다는 오시이 감독의 오랜 열망의 실현작이기도 하다.

폴란드 올로케 촬영과 제작기간 2년, 6억엔의 제작비, '패트레이버'와 '공각기동대'에서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낸 '카와이 켄지'의 참여, 역시 '패트레이버''공각기동대' 등에서 함께 작업을 한 '이토 카즈노리'의 극본. 이것만 들더라도 오시이 감독의 작품성과 이야기의 방향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그 이상이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게임이다.

알 수 없는 미래. 가상전투게임에 열중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 '파티'라 불리는 비합법집단의 무리를 만들고 '아발론' 게임에 열중한다.

최강이라 소문난 뛰어난 솜씨의 게임플레이어 애슈. 그녀는 예전에는 '위저드'라 불리는 파티의 멤버였지만, 위저드의 해산이후 혼자 게임을 하며 레벨을 높여가고 있었다.

그러던중 예전 멤버였던 스터너를 만나게되고 예전 위저드의 리더 '머피'에 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머피는 게임 '아바론'에 존재하는 최종단계, 클래스 SA(Special A)
에 도전했다가 미귀환자가 되어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이제는 애슈가 예전, 머피가 그랬던 것처럼 리셋이 불가능한 게임의 마지막단계 클래스 SA에 도전하게 된다.

'아발론'이라는 단말기가 모여있는 지국에서 플레이어들은 포인트로 무기를 구입하고 접수처에서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플레이한 시간만큼 요금도 지불해야 하며 지국의 로비에서는 게이머들의 전투 테크닉을 볼 수도 있다. 이렇듯 애슈가 사는 세상은 지금의 온라인 게임을 현실에 옮겨놓은 듯 하다.

그래픽은 실사를 닮아가고, 실사는 만화를 흉내낸다. 많은 게임에서는 사실적으로 보이기위해 잔인하게 피를 보여주며 적을 쓰러뜨리지만 이 작품에서는 게이머가 총탄을 맞으면 순식간에 평면이 되어 종이파편처럼 산산조각나 부서지는 멋진 장면을 연출해 냈다. 이런 부분들은 직접 촬영한 영상에 디지털 기술을 이용, 새롭게 채색하고 분리·조합해서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시종일관 계속되는 갈색의 모노 톤은 침울하고 어두우며, 만화와 같은 컷컷의 움직임은 게임을 보고 있는 것 같아 현재 주인공이 있는 곳이 게임 속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런 표현은 나중에 보이는 칼라톤 실사영상에서 더욱 혼동을 느끼게 한다.)

이렇듯 감독도 말하기를 꺼려하는 주제라는 부분을 느끼기 전에 우리는 먼저 애니메이션화된 실사라는 부분에서 압도당한다. 이런 모든 요소들을 받아들인다면 '아발론'에서 줄거리를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애슈'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와 많이 닮아있지만, 그 점을 기억하고 '아발론'을 즐기는 것은 좋지 않다. 이것은 감독이 말했듯이 개인적인 여성취향일뿐 별 관계가 없고, 내가 영화를 보면서 뭔가를 고민하는 부분이 '공각기동대'처럼 인간이라는 정체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에 한창 빠져있던 14~15년전에 이미 '아발론'을 기획했고, '공각기동대'를 제작하면서 즐겼던 '버쳐파이터'라는 게임을 계기로 '게임 플레이어'를 주인공으로 '게임속 가상현실과 현실사이의 혼돈'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오시이 감독은 역시나 여기서도 해답을 주지 않고 있다.

상처 입은 아더왕을 9명의 여신이 죽음이 없는 극락의 섬 '아발론'으로 인도했다는 전설에서 따왔다는 작품 이름 '아발론'.

영화의 마지막 "현실과 상상에 현혹되지 마라"는 말과 함께 흘러나오는 오페라 가수의 노래는 영화의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오시이 감독은 말한바 있다.

'현실과 게임사이의 혼동', 그리고 '영화와 애니메이션 사이에서의 정체성'의 고민을 보여주는 '아발론'. 이토록 결론지어 설명하기 어려운 작품은 "직접 가서 보라"는 말밖엔 할말이 없다. 2월 3일 개봉.

Joins 이연수 기자 <fanta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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